Project Amethyst, 콘솔을 AI 연산 장치로 재정의하다
2025년 10월 9일,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와 AMD는 공동 기술 프로젝트 ‘Project Amethyst’를 공식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차세대 게임 플랫폼을 위한 새로운 그래픽 및 AI 컴퓨팅 아키텍처를 공동으로 연구하는 협력 프로그램으로, 양사는 이를 “콘솔 하드웨어의 다음 10년을 규정할 기반 기술 이니셔티브”로 소개했다.
Project Amethyst의 핵심은 GPU를 단순한 그래픽 처리 장치가 아닌, AI 연산을 내장한 지능형 컴퓨팅 모듈로 재구성하는 것에 있다. AMD는 이번 협업을 통해 차세대 칩셋에 ‘Neural Array’ 및 ‘Radiance Core’ 같은 AI 가속 구조를 도입하고, Sony는 이를 기반으로 게임 엔진 및 콘텐츠 생산 환경을 재설계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표 영상에서 Sony의 수석 시스템 아키텍트 Mark Cerny는 이렇게 언급했다. “현행 그래픽 파이프라인은 물리적 정밀도는 확보했지만, 표현의 지능(semantic intelligence)은 여전히 부족하다.”
AMD 측의 Jack Huynh 역시 “Project Amethyst는 GPU가 단순 렌더링 장치에서 AI 연산 노드로 확장되는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내용은 PlayStation 6(PS6)의 청사진을 직접적으로 예고했는데, PS의 이전 세대가 ‘정교한 그래픽’을 추구했다면, PS6는 ‘지능적 그래픽(Adaptive Rendering)’을 새로운 표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콘솔을 단순히 이미지를 출력하는 기기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엣지 노드로 전환하는 발상이며, 결국 “하드웨어의 진화”를 넘어 “연산 철학의 재구성”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 전환의 핵심에는 세 가지 기술 축이 놓여 있다.
GPU 내부의 신경망화를 의미하는 Neural Array, 광원 지능화를 담당하는 Radiance Core, 그리고 데이터 인지 압축 시스템인 Universal Compression. 이 세 요소는 PS6이 ‘성능의 경쟁’에서 ‘지능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연산 철학의 토대가 될 것이다.
GPU의 신경망화, 'Neural Array'
Project Amethyst에서는, 기존의 그래픽 처리 방식에서 벗어나 GPU 내부의 병렬 처리 구성을 신경망적 연결 구조로 확장하겠다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 협력은 단순히 성능 향상을 위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GPU가 AI 연산을 자연스럽게 지원하는 지능형 연산 장치로 진화하는 초석을 놓는 것이다.
이 구조 전환의 핵심 축 중 하나는 Neural Array라 불리는 모듈이다. Neural Array는 그래픽 코어 내부에 머신러닝 작업을 위한 가속 경로를 삽입하고, 여러 Compute Unit(CU)을 연결해 공동 연산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기존 GPU는 각 CU가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었지만, Neural Array는 이들을 상호 연결해 데이터 패턴 단위로 조명, 노이즈 제거, 행동 예측 등의 작업을 병합 처리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로 인해 GPU는 더 이상 단순히 이미지를 그려내는 장치가 아니라, 세계의 규칙을 해석하고 보정하는 장치로 역할을 확장할 수 있다.
이 개념이 완전히 실현되려면, 게임 엔진과 하드웨어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긴밀히 연결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NPC의 행동, 물리 충돌, 환경 반응 같은 계산이 대부분 CPU 중심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Neural Array가 활성화되면, 이러한 연산 일부가 GPU 내부에서 AI 기반으로 실시간 처리·보정될 수 있다.
즉, GPU가 단순히 화면을 그리는 역할을 넘어서, 게임 속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반응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학습하고 조정하는 두뇌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폭발 장면의 조명과 연기, 주변 사물의 움직임을 CPU의 지시 없이, GPU가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반응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스스로 판단해 표현하는 식이다.
결국 이는 “화면을 그리는 기계”였던 GPU가 “세계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기계”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빛의 계산에서 빛의 이해로, 'Radiance Core'
Radiance Core는 Project Amethyst의 또 다른 핵심 구성 요소로, 기존 GPU가 담당하던 광선 추적(ray tracing) 과정을 AI 기반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새로운 하드웨어 모듈이다. 이 기술은 빛의 경로를 물리적으로 계산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빛의 흐름과 장면의 분위기를 함께 학습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기존의 레이 트레이싱은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 광선 생성(ray generation: 카메라(플레이어 시점)에서 장면으로 빛을 쏘는 과정), 광선 탐색(ray traversal: 이 빛이 3D 공간을 통과하면서 어떤 물체와 부딪히는지 계산하는 과정), 음영 처리(shading: 표면의 재질, 조명, 색상을 결정)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중 두 번째 단계인 ray traversal은 계산량이 막대하다. GPU는 수천만 개의 광선을 매 프레임마다 추적해야 하고, 각 광선이 어느 오브젝트에 닿았는지를 찾기 위해 공간을 일일이 탐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GPU는 BVH, 즉 Bounding Volume Hierarchy 라는 공간 분할 구조를 사용한다.)
Radiance Core는 바로 이 과정을 전담한다. GPU 내부에 전용 AI 유닛을 두어, 광선이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반사·굴절되는지를 학습하고 예측한다. 그 결과, 셰이더 코어는 복잡한 경로 계산에서 벗어나 조명·재질·색감 표현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 결국 GPU 전체의 효율이 향상되고, 장면의 빛 표현이 더욱 자연스럽고 반응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이 구조가 발전하면, Radiance Core는 단순히 “빛의 궤적을 계산하는 회로”를 넘어서 “조명 감독 AI” 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AI가 장면의 소재, 캐릭터의 표정, 배경의 감정 톤 등을 파악해 “이 장면은 더 따뜻하게”, “여기는 그림자를 깊게”처럼 실시간으로 조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즉, Radiance Core는 빛을 계산하는 모듈에서 빛의 의도와 문맥을 해석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메모리를 관리하는 AI, 'Universal Compression'
지금까지의 GPU는 주로 텍스처·렌더 타깃 같은 일부 데이터만 압축(DCC 등)해 메모리 대역폭을 아끼는 방식이었지만, Universal Compression은 접근 자체가 다르다. GPU로 들어오거나 메모리로 나가는 “모든 유형의 데이터”를 평가해, 필요한 바이트만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메모리 대역폭에서 더 많은 장면 디테일과 프레임을 끌어내거나, 전력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쉽게 말해, 기존엔 ‘텍스처 위주로 허리를 졸랐다면’, Universal Compression은 텍스처·메시·셰이더·버퍼 등 전체 파이프라인을 훑어 “정말 필요한 정보만” 남기는 지능형 정리술에 가깝다. 이렇게 줄어든 데이터 이동량은 곧 로딩·스트리밍 안정성, 프레임 유지력, 발열·전력 관리까지 이어진다. 해당 발표에선 이 기술이 Neural Arrays, Radiance Cores와 함께 동작해 전체 렌더링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점도 강조됐다.
물론, 아직은 시뮬레이션 단계에 머물러 있다. Universal Compression의 이론적 효율은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입증됐지만, 실제 GPU 칩(실리콘)과 게임 엔진이 결합했을 때의 성능 향상 폭은 개발사 구현 방식과 콘텐츠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소니의 마크 서니 역시 “영향을 정량화하려면 개발사 도입 이후를 봐야 한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콘솔에서 러닝 디바이스로
PlayStation 6은 성능 경쟁의 연장이 아니라, AI 연산 중심 콘솔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Sony와 AMD가 공개한 Project Amethyst의 핵심은 "화소를 얼마나 정교하게 그리는가"가 아니라 GPU가 패턴을 학습하고, 장면을 예측하며, 플레이 상황을 이해하는 '러닝 콘솔(Learning Console)'을 구현하는 데 있다. 이는 Sony가 추진해온 '로컬 인텔리전스(Local Intelligence)' 전략의 구체화다.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콘솔 내부에서 AI 추론과 최적화를 수행하는 것이다. PS6은 플레이어의 입력 패턴과 플레이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렌더링 품질과 연산 자원을 동적으로 조정한다. 같은 장면이라도 시선 이동 속도, 반응 시간, 선호 그래픽 요소에 따라 다르게 렌더링된다. 학습과 추론이 콘솔 내부에서 동시에 일어나면서 개인화된 경험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때문에, 이는 콘솔 진화의 본질적 전환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게임기의 발전은 '얼마나 많은 폴리곤을 처리하는가'라는 양적 경쟁이었다면, PS6이 제시하는 방향은 다르다. 연산의 목표가 '더 많이'에서 '더 똑똑하게'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솔이 플레이어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경험을 재구성한다. 하드웨어가 세계를 해석하는 주체로 변모하는 순간, 우리는 게임이 아니라 게임기 자체가 진화하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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