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지난 4월 출시한 사이버트럭 롱 레인지(Long Range, RWD) 모델을 불과 5개월 만에 단종시켰다. 이 모델은 후륜구동 방식으로 6만9,990달러(약 9,600만 원)부터 시작해 사이버트럭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옵션이었지만, 현재 테슬라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더 이상 선택할 수 없다.
소비자는 이제 7만9,990달러짜리 AWD 모델이나 최소 11만4,990달러짜리 ‘사이버비스트(Cyberbeast)’만 구매할 수 있다.
롱 레인지 모델은 출시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일론 머스크가 2019년 처음 발표할 당시 약속했던 4만 달러 가격과 달리, 실제 판매가는 무려 3만 달러 가까이 비싸진 7만 달러였다.
가격만 오른 게 아니라 기능도 줄었다. 파워 토너 커버, 적응형 서스펜션, 후방 터치스크린, 트럭 베드 콘센트와 후방 라이트바 등 출시 초기 강조됐던 사양이 제외됐고, 내장은 천소재(Cloth interior)로 단순화됐다.
대신, 원래 예고했던 250마일보다 100마일 긴 350마일 주행거리를 제공하면서 주행 효율성만큼은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7만 달러라는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비슷한 가격대에서 포드 F-150 라이트닝(Extended Range)이나 잘 갖춰진 내연기관 F-150을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사이버트럭 RWD를 선택할 유인이 약했다.
실제 판매 성적도 부진했다.
테슬라는 초기 발표에서 100만 건 이상의 예약을 자랑했지만, 실제로는 지금까지 약 5만 대만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일부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에 대해 자사 트레이드인(중고차 보상판매)조차 받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克스 오토모티브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판매량은 4,306대에 불과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한 수치다.
결국 테슬라가 RWD 모델을 단종시킨 배경에는 △초기 약속과 동떨어진 가격 정책 △축소된 기능 △경쟁 모델 대비 매력 부족 △실망스러운 판매 실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이제 수익성이 높은 고급 트림 중심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이버트럭이 과연 장기적으로 ‘픽업 시장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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