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반발: "안전보다 위험한 건 생체 정보 수집"
Roblox가 12월 초부터 일부 지역에서 얼굴 인식 기반 연령 인증(Facial Age Check)을 본격 시행하면서 플랫폼 전반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얼굴 촬영 요구와 신분증 제출 의무화에 당혹감을 표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으며, 이 조치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것인지 "생체 정보 수집"을 향한 과도한 확장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발표한 새로운 안전 정책에 따라 12월부터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에서 1차 적용을 시작했고, 2026년 1월 초까지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행 며칠 만에 채팅 기능 제한, 얼굴 스캔 오작동, 데이터 처리에 대한 우려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연령 인증 강화의 배경: 보호 요구와 규제 압박의 동시 작동 Roblox는 전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 3억 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와 실시간 채팅 중심의 구조 특성상, 성인과 미성년자 간 부적절한 접촉, 신원 위장, 유해 콘텐츠 노출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미국과 EU의 규제 환경은 플랫폼 책임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과 영국의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Act)이 대표적이다. 청소년 중심 플랫폼인 Roblox가 선제적 컴플라이언스 전략으로 강력한 인증 기술을 도입하려는 이유다.
기존의 생년월일 입력이나 자기 신고 방식은 신뢰도가 현저히 낮았다. Roblox가 채택한 얼굴 기반 나이 추정 기술(age estimation)은 이미 TikTok, Instagram 등에서도 도입이 확산되고 있어, 업계 전반에서 '신원 기반 안전장치'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이용자 반발: "안전보다 위험한 건 생체 정보 수집"
핵심 쟁점은 얼굴 영상 제출이라는 방식 자체에 있다. Roblox는 "촬영된 영상은 인증 완료 후 저장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이용자들은 그 과정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는 목소리가 크다.
우려가 집중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비가역적 위험이다. 얼굴이나 음성 같은 생체 데이터는 한 번 유출되면 되돌릴 수 없다. 최근 여러 서비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례로 경계심은 이미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아이의 얼굴 영상을 넘긴다"는 행위 자체가 부모들에게 심리적 거부감을 일으킨다.
둘째, 디지털 격차 문제다. 정부 발급 신분증이 없는 청소년, 카메라가 없는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 개인정보 규제가 복잡한 국가의 사용자 등은 인증 과정에서 실질적인 장벽에 부딪힌다. 특정 계층만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는 '디지털 배제' 현상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셋째, 신뢰 자체의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정보 제공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요구 수준이 과도하다고 느끼는 순간 태도는 급변한다. 기술적 장치가 곧바로 심리적 수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사태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어디까지 이용자를 확인할 수 있는가
이번 논란은 단순한 정책 변경을 넘어, 메타버스가 어떤 원칙 위에서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게임 및 가상 세계는 지난 10여 년간 익명성과 자유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아동 보호, 사기 방지, 가상 경제 관리 등을 명분으로 신원 기반 규제 체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의 정확도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얼굴 인식은 인종, 조명, 표정 차이에 따라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잘못된 판정은 곧바로 서비스 이용 제약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합의 없이 기술만 앞서가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두 가지 원칙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대한의 안전성, 그리고 권리를 훼손하지 않는 최소한의 데이터 수집. 이 균형은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책 설계, 선택권 보장, 데이터 거버넌스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기술이 아닌 신뢰의 경쟁
메타버스가 대규모 경제·사회 활동의 장으로 확장될수록, 신원 인증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된다. 그러나 그 방식이 주권 침해로 느껴진다면, 사람들은 떠난다.
앞으로의 경쟁은 "얼마나 안전한가"를 넘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로 이동할 것이다. Roblox는 그 전환점에서, 책임과 권리의 경계를 시험받고 있다. 이 질문은 비단 Roblox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가상 세계가 결국 마주하게 될 숙제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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