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다·AI 기반 ‘레벨 4’ 자율주행 상용화 박차
실도로 주행 데이터로 정책 설득… 구글식 전략 재현
구글의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Waymo)’가 워싱턴D.C.에 진입했다. 단순한 도시 확장이 아니다. 미국 수도로의 진출은 구글이 연방 규제 완화를 정조준하고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는 신호다.
웨이모는 수년간 다듬어온 기술력과 실제 도심 주행 데이터를 무기로, 연방 정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웨이모, 미국 수도로 진출하다
웨이모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로스앤젤레스, 오스틴 등 주요 도시에서 매주 20만 건 이상의 유료 로보택시 운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용화 경험을 기반으로, 구글은 25일 워싱턴D.C.를 다음 시범 도시로 선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워싱턴D.C. 교통부(DDOT, D.C. Department of Transportation)는 아직 무인 자율주행 차량의 운행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웨이모는 정책 입안자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2026년까지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이번 진출은 단지 새로운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차원을 넘는다. 수도라는 상징성과 함께, 연방 정부와 직접적인 정책 협의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읽힌다.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데이터를 근거로 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구글의 방식이 웨이모를 통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자율주행차 기술의 핵심은 ‘정확한 인식’과 ‘빠른 판단’이다. 웨이모는 이를 위해 ‘센서 퓨전(Sensor Fusion)’이라는 고급 기술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라이다(LiDAR)는 차량 주변의 공간을 3차원으로 스캔해 물체의 거리와 형상을 감지하고, 레이더는 악천후나 야간 등 시야 확보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거리·속도 데이터를 제공한다. 여기에 고해상도 카메라는 도로표지판, 신호등, 보행자 등 시각 정보를 보완한다.
이 세 가지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통합되며, AI가 차량 주변을 360도로 인식하고 스스로 주행 경로를 계산한다.
이런 기술적 조합은 단순히 하드웨어 성능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웨이모는 수백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실제 도심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끊임없이 학습시켜왔다. 특히 예외 상황, 돌발 변수, 복잡한 도심 교차로에서의 판단 등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보다 더 안전하게 대응하는’ 것이 기술의 목표다.
웨이모가 구현한 자율주행 수준은 국제 기준에서 ‘레벨 4’에 해당한다.
이 단계는 특정한 조건 내에서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이 모든 주행 과정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단계다. 도로 상황 인식은 물론, 교차로 진입, 차선 변경, 보행자 회피, 장애물 우회, 심지어 긴급상황 대응까지 차량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레벨 4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단계이며, 이론적으로는 운전석조차 없어도 된다.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로보택시’ 구현을 의미하며, 자율주행의 궁극적 도달점으로 여겨진다.
‘레벨 4’ 자율주행이란?
웨이모가 구현한 자율주행은 국제 표준 기준에서 ‘레벨 4’에 해당한다.
이 단계는 정해진 조건(운영 설계 영역, ODD) 내에서는 운전자 없이도 차량이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야간이나 비오는 날처럼 시야가 제한된 상황, 공사 구간이나 사고 현장 등 돌발 상황, 보행자나 장애물 회피, 이런 다양한 상황에서 차량이 직접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레벨 4는 일정한 지리적·환경적 조건(ODD, Operational Design Domain) 내에서 차량이 인간 개입 없이 전방위적 주행 판단을 할 수 있는 단계다. 즉, 단순한 보조 운전이 아니라,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진짜 ‘무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차량 안에 운전석 자체가 없어도 된다. 탑승자는 그냥 목적지만 설정하면 된다. 이게 바로 로보택시의 핵심 개념이다.
예기치 못한 공사 구간, 야간 운전, 악천후, 긴급 상황 등에서 차량이 자율적으로 멈추거나 우회하며 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능력이 필수다. 운전석 자체가 필요 없는 로보택시가 현실화되는 수준으로, 이 단계의 상용화는 자동차 기술뿐 아니라 도로 인프라, 정책, 윤리 기준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레벨 4'의 구현을 위해서는 고정밀 3D 지도, 다중 센서를 통한 정밀한 실시간 환경 인식, 그리고 강력한 연산 능력을 갖춘 온보드 AI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시스템은 수많은 변수와 돌발 상황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따라서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고, 데이터 기반의 지속적 학습과 검증이 병행돼야 한다.
현재 웨이모가 이 영역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기술들을 실제 주행에 접목하고, 수백만 킬로미터 이상의 실도로 데이터를 통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해왔기 때문이다.
경쟁사 현황: 여전히 ‘레벨 2+’에 머무는 자율주행 시장
하지만 자율주행 업계 전체를 놓고 보면, 이처럼 완성도 높은 기술에 도달한 기업은 많지 않다. 현재 다수의 자동차 제조사와 테크 기업들이 머물고 있는 수준은 ‘레벨 2+’ 또는 ‘레벨 3’에 그친다.
예컨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과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 베타 기능은 고속도로에서 자동 조향, 차선 유지 등 일부 기능은 가능하지만, 도심 주행이나 예외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역시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레벨 2’로 분류하고 있다.
GM은 자회사인 크루즈를 통해 '레벨 4'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였으나, 2023년 10월 발생한 보행자 충돌 사고로 인해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DMV)으로부터 허가가 정지됐다. 이후 2024년 12월, GM은 크루즈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로보택시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이라는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여 독일 연방 자동차청(KBA)으로부터 최고 시속 95km/h까지 운행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다. 이 시스템은 특정 조건에서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고 운전 이외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현대자동차(Hyundai Motor Company)는 '레벨 2' 수준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ighway Driving Assist 2)'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을 결합하여 운전자의 편의와 안전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BMW는 새로운 7 시리즈에 '레벨 2'와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을 통합하여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운전자는 특정 조건에서 반자율 주행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 여전히 고난도 과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단순히 기술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복잡한 도심 환경에 대한 대응력, 예외 상황 처리 능력, 시민 안전에 대한 윤리적 책임, 보험과 법률 체계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웨이모는 이미 매주 수십만 건의 로보택시 운행을 통해 방대한 실도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이처럼 실도로에서 데이터를 얻고, 그 데이터를 통해 기술을 다시 정비하며, 다시 새로운 지역에서 검증하는 ‘데이터 기반 선순환 구조’는 웨이모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흥미로운 점은, 구글이 이미 이런 데이터 기반 정책 협상의 방식을 뉴스 콘텐츠 규제와 관련해 유럽에서 선보였다는 사실이다. 2025년 3월 공개된 ‘EU 2025 뉴스 콘텐츠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8개국에서 뉴스 콘텐츠를 일부러 제거한 상태로 검색 서비스를 운영해보고, 그 결과 광고 수익에 거의 영향이 없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처럼 데이터를 통해 정책 판단에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은, 웨이모가 자율주행차 규제 환경을 바꾸는 데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웨이모의 워싱턴D.C. 진출은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단순히 서비스 지역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 기술은 충분히 안전하다”는 점을 연방 정책 결정자들에게 보여주고, 제도 변화의 논의를 주도하려는 의도다.
자율주행차가 진정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웨이모는 기술, 데이터, 정책을 함께 움직이며 그 산을 하나씩 넘어가고 있다. 이제 도로 위에서만이 아니라, 제도 위에서도 웨이모는 ‘주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자율주행의 대중화를 향하고 있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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