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X(MetaX)] 2026년 1월 21일, 엔씨소프트의 두 게임에서 동시에 논란이 터졌다.
아이온2는 시즌2 업데이트를 앞두고 새로운 구독 상품 3종을 공개했다. 문제는 기존 시즌1과 비교해 가격은 인상되고, 구독 기간은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됐다는 점이었다. 유저들의 반발이 빠르게 확산되자, 엔씨소프트는 당일 오전 9시 긴급 라이브 방송을 열었다.
소인섭 아이온2 사업실장은 "이번 건과 관련해서 저희가 어떤 변명이라든가 할 말 없이 저희가 그냥 잘못을 했다라고 빠르게 인지를 했고 바로 원상 복구하는 형태로 작업을 진행했다"며 "명백히 잘못을 한 내용이기 때문에 단순히 공지로 안내하는 것보다는 방송을 통해 직접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월정액 2만 9,700원'을 전면에 내세웠던 리니지 클래식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발생했다. 초기 공지에서 유료 시즌 패스, 멀티 프리미엄(다중 클라이언트 과금), 자동 사냥 및 PC방 특전 등 추가 과금 요소가 공개되면서 "월정액이라더니 결국 또 BM을 쌓는 셈"이라는 반발이 폭발했다. 유저들은 '개고기' 논란을 재현하며 주가도 5% 가까이 급락했다. 엔씨는 곧바로 유료 시즌 패스를 전면 철회하고, 멀티 클라이언트도 1PC당 최대 2개로 제한하는 정책 수정을 단행했다.
하루에 두 게임에서 동시에 터진 논란. 그리고 동시에 이루어진 '빠른 사과와 철회'.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면, 당신은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오래 해온 유저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패턴은 지난 10년간 반복되어 온 공식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다르다'의 역사, 약속과 배신의 연대기
엔씨소프트는 신작을 출시할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 약속이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2019년, 리니지2M은 사전예약자 700만 명을 모으며 화려하게 출시됐다. 그러나 게임을 열어본 유저들은 경악했다. "출시 이후 하나씩 과금 요소가 추가된 리니지M에 비해, 리니지2M은 어지간한 린저씨들조차 질릴 정도로 거의 모든 과금 요소를 넣어 출시했다. 대부분의 컨텐츠를 현금 박치기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인하사드의 축복, 아이템 컬렉션, 문양(정령각인) 등 리니지M의 과금 체계를 그대로 가져왔고, 변신 뽑기는 '직업 뽑기'라는 신박한 형태로 포장됐다. 결과적으로 오픈 직후 대기열이 8천 명을 넘겼던 유저들이 단 하루 만에 대거 이탈했다.
2021년 1월, 리니지M에서 이른바 '문양 사태'가 터졌다. 문양 하나 완성에 4천만 원 이상 드는 과금 시스템에서, 비용을 대폭 낮추는 '기억 시스템'을 추가했다가 70억 원 이상 과금한 핵과금 유저가 반발하자 하루 만에 롤백한 사건이다. 롤백 과정에서 신규 과금 유저들에게 현금 환불 대신 게임머니로만 보상해 추가 논란이 일었다.이 사건은 엔씨소프트가 유저들의 아이템 가치를 지켜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업계에서는 이 시점을 "엔씨소프트가 사용자들의 '신뢰 자본'을 모두 잃은 때"로 본다.
2021년 5월 출시한 트릭스터M은 귀여운 원작 IP를 활용했지만, 내용물은 "리니지M, 리니지2M과 동일"했다. 블레이드앤소울2 역시 "아인하사드는 없다"고 했으나, 매우 유사한 '영기 시스템'을 넣었다. 이때부터 유저들 사이에서 '개고기'라는 밈이 퍼지기 시작했다. "어떤 IP로 포장해도 결국 내용물은 리니지식 과금"이라는 냉소였다.
리니지W 출시를 앞두고 엔씨소프트는 대대적인 변화를 약속했다. 2021년 10월 2차 쇼케이스에서 "'아인하사드'와 비슷한 시스템은 게임 종료시까지 도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기존 리니지M, 리니지2M 유저들에게 '아인하사드류 상품' 환불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두 거짓말이었다. "리니지W는 기존 리니지 시리즈의 약탈적 BM을 이름만 바꿔 내놨다. 출시 40일 후엔 확률적으로 아이템 획득까지 30만~50만원이 소요되는 뽑기식 BM마저 도입했다. 쇼케이스 당시 '현재는 도입 계획이 없습니다'라고 발언했던 BM 대부분을 이름만 바꿔서, 심지어 일부는 더 악랄한 방식으로 가져왔다."
당시 일부 유저들은 쇼케이스에서 등장한 '예정', '아직', '출시시기' 등의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었다. "'출시 시기'에 다른 BM을 내지 않겠다고 했지, 출시 시기가 지나면 얼마든지 새로운 BM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경고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TL은 엔씨소프트가 11년 만에 선보이는 새 IP였다. 출시 전 라이브 방송에서 개발진은 추가 BM에 대한 우려에 "절대 그럴 일 없다"며 단호하게 부정했다.
출시 초기에는 실제로 확률형 아이템 없이 배틀패스 위주의 가벼운 BM이 유지됐다. "TL 개발진이 강하게 강조했던 부분은 리니지 등 기존작과는 다른 BM을 채용한다는 부분이었다. 실제 확인해본 TL의 BM은 일반적인 MMORPG에 가까웠으며, 유료 상품 역시 크게 배틀 패스와 꾸미기, 유료 재화 상품 정도로 구성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반 년도 되지 않아 상황이 바뀌었다. "출시 반 년도 안 되어 서버통합을 두 번이나 단행한 게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우게 되었으며, 도저히 현 상태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출시 전 약속을 깨고 스펙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배틀패스에 끼워팔기 시작했다."
유저들은 이를 '개고기 탕후루'라고 불렀다. 탕후루처럼 새롭게 포장했지만, 결국 내용물은 개고기라는 뜻이다.
아이온2는 출시 전부터 "착한 BM"을 강조했다. 김남준 개발 PD는 자신의 명의로 "영혼의 서는 큐나(인게임 유료 재화)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출시 당일, 8만 6,000원짜리 '트리니엘의 큐나 보급 상자'에 영혼의 서가 포함되어 있었다. 유저들은 '뽑기가 없다고 말하고 필수 재료는 판매하는 말장난에 당했다', '착한 BM은 미끼였고, 하루 만에 본색을 드러냈다'며 격앙됐다.
엔씨는 출시 3시간 만에 긴급 라이브를 열고 해당 상품을 철회했다.
'빠른 사과'는 칭찬받을 일인가?
공정하게 말해, 엔씨소프트의 대응 속도는 다른 게임사들에 비해 빠른 편이다.
아이온2의 경우, 개발 부문 책임자와 BM 부문 책임자가 동시에 출연해 유저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하고 결정을 내렸다. 어지간한 게임의 공식 방송들이 Q&A를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하는 것과 달리, 거의 유저 간담회 수준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출시 이후 5주간 80% 이상의 리텐션을 유지하며 초기 흥행에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커뮤니티에서는 "NC가 이 정도인 걸 보면 벼랑 끝까지 몰리긴 했나 보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와 달리 빠르게 수정하고, 직접 얼굴을 내밀고 사과하는 모습에 "여전히 밉상이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정은 해준다"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의문이 남는다. 왜 매번 사과해야 할 일이 생기는가?
"빠른 사과"가 반복되는 것은, 애초에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10년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일부에서는 엔씨소프트의 패턴이 "일단 던져보고 반응 보기" 전략이라고 의심한다. 유저가 수용하면 그대로 유지하고 수익을 확보하고, 유저가 반발하면 "실수였다" 말하고 철회하며 "소통하는 회사" 이미지를 획득하려는 양면 전략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엔씨소프트는 손해 볼 것이 없는 구조다. 마치 A/B 테스트처럼 유저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뒤 결정을 내리는 셈이다.
리니지W 쇼케이스 당시 유저들이 경고했던 것처럼, 엔씨소프트의 발언에는 항상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출시 시기'에 다른 BM을 내지 않겠다고 했지, 출시 시기가 지나면 얼마든지 새로운 BM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말장난'에 유저들은 이미 학습이 되어 있다.
유저는 알고 있다, '개고기 밈'의 탄생과 진화
엔씨소프트에 대한 유저들의 불신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됐다.
'개고기'란 "엔씨가 신작마다 고질적인 과금 구조를 반복해온 데 대한 불신과 냉소를 뜻하는 밈"이다. 개고기가 주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리니지의 주 이용자층인 '린저씨'(리니지 하는 아저씨들)를 빗댄 표현이기도 하다. 심지어 이 밈은 엔씨소프트의 신작에 나올 때마다 변형되며 진화해 왔다.
트릭스터M (2021) → 민트초코 개고기: 귀여운 외형, 내용물은 리니지
블소2 (2021) → 로제 개고기: 무협 포장, 내용물은 리니지
TL (2023) → 개고기 탕후루: 유행 따라 포장만 바꿈
호연 (2024) → 개고기 미트볼: 외형으로 속이려 했지만 결국 개고기
아이온2 (2025) → 족고기 / 족제비 떡갈비: 마스코트 '팔로룽'을 조롱
유저들은 더 이상 "이번엔 다르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새 게임이 나올 때마다 "이번엔 무슨 맛 개고기냐"는 조롱이 먼저 나온다.
왜 학습하지 않을까 — 세 가지 가설
10년 넘게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 구조적 가설을 제시한다.
[가설 1: 의도된 전략 — "던지고 보기"의 무위험 도박]
앞서 언급했듯, 이것이 계산된 전략일 가능성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이 패턴에서 손해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유저가 수용하면 그대로 수익화(예: 리니지M·2M의 확률형 BM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매출 1위 유지)하고, 유저가 반발하면 철회하고 "소통하는 회사" 이미지를 획득한다.(예: 2026년 리니지 클래식 시즌패스 철회 후 "유저 의견 경청" 보도)
이번 리니지 클래식 사태만 봐도, 1월 20일 유료 시즌패스를 공지하고 불과 하루 만인 21일 철회했다. 언론은 "빠른 대응", "소통 강화"라고 보도했다. 과연 하루 만에 내부 검토와 의사결정이 가능했을까? 애초에 반발을 예상하고 "철회 카드"를 준비해둔 것은 아닐까?
결과적으로 엔씨는 유료 BM의 시장 반응을 무료로 테스트하고, 실패해도 이미지 손상 없이 빠져나온다. 리스크 없는 도박인 셈이다.
[가설 2: 조직 내 단절 — 개발부 vs 사업부]
2021년 문양 롤백 사태 직후,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엔씨소프트 직원의 내부고발이 올라왔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업부가 개발부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과금 유도 방식의 리니지라이크 게임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 분위기가 팽배하다" "사업부 수장이 TJ(김택진 대표) 동생이다" 등등...
이 구조가 사실이라면, 개발진이 쇼케이스에서 아무리 "착한 BM", "성능 과금 없음"을 약속해도 최종 결정권은 사업부에 있다. 출시 직전 또는 업데이트 시점에 과금 요소가 추가되는 패턴이 설명된다.
실제로 아이온2는 출시 전 "뽑기 없음, 멤버십 기반"을 강조했지만, 시즌2 업데이트에서 패스 가격 인상과 기간 단축이 단행됐다. 개발 PD가 라이브 방송에서 사과하며 "명백한 실수"라고 했지만, 같은 실수가 리니지 클래식에서도 동시에 발생했다. 실수라기엔 너무 체계적이다.
[가설 3: 매몰비용의 족쇄 — 떠날 수 없는 유저들]
엔씨소프트는 유저들의 매몰비용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2021년 문양 롤백 사태의 핵심 인물 "스트리머 여포"는 총 과금액이 7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유튜버 매드형은 문양 시스템에만 1억 6천만 원을 과금했다. 이들은 분노하면서도 게임을 떠나지 못한다. 수년간 쌓아온 캐릭터, 아이템, 그리고 투자한 돈이 모두 매몰비용이 되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들이 경쟁적으로 과금한 막대한 돈이 매몰비용으로서 이들의 발을 묶어놓았다."
실제로 2021년 문양 사태 당시 리니지M 실이용자 수는 10만 명대로 급감했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는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소수의 고래 유저들이 떠나지 못하는 한, 논란은 매출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 엔씨소프트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실수인가, 전략인가 아님 무능인가
2021년 리니지W 출시를 기점으로 반(反) 엔씨소프트 정서는 극에 달했고, 이는 엔씨소프트 실적과 주가의 동반 추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그로부터 5년, 엔씨소프트는 정말 변했을까?
아이온2는 분명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적극적인 소통, 빠른 피드백,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BM. 커뮤니티에서도 "벼랑 끝에 몰려서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니지 클래식이 확률형 BM을 배제하고 월정액제로 돌아간 것도 유의미한 변화다.
그러나 출시 당일 3시간 만에 철회, 시즌2 첫날 긴급 원복, 같은 날 두 게임에서 같은 논란 — 이 패턴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빠르게 고친다"는 것은 칭찬이 아니다. 애초에 예상 가능한 문제는 만들지 않으면 될 일이다.
유저들은 알고 있다. 이 패턴을, 이 말장난을, 이 '던져보기 전략'을.
엔씨소프트는 유저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어차피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계산하는 것일까?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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