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계에서 특별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든다.
플레이어가 가상 세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방법, 그것이 바로 '커스터마이징'이다.
게임의 몰입은 스토리나 그래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게임 세계 안에 '존재한다'는 감각, 그리고 그 존재를 스스로 정의하는 경험이야말로 몰입을 견고하게 만든다.
그 핵심에 커스터마이징이 있다.
커스터마이징: 존재를 새기는 첫 순간
국어사전에 따르면, 커스터마이징(Customization)은 생산자나 수공업자가 손님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맞춤 제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게임에서도 이 개념은 유사하게 적용된다. 플레이어가 게임 안의 캐릭터, 오브젝트, 환경 등을 자신의 취향이나 의도에 따라 조정하거나 변화시키는 모든 행위를 '커스터마이징'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게임에서 커스터마이징은 단순한 형태 수정을 넘어선다. 플레이어는 이 과정을 통해, 가상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투영(self-projection)하고, 개인화(personalization)된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특히, 커스터마이징이 가장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영역은 캐릭터 생성이다. '커스터마이징'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많은 플레이어들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장면을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머리카락 색 하나, 눈동자의 각도 하나를 고르는 행위 속에, 플레이어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담아낸다. 이 과정은 곧, "이 세계에 나는 존재한다"는 감정적 몰입을 강화시키는 핵심 설계가 된다. 따라서 커스터마이징은, 플레이어가 세계 안에 '자신의 흔적'을 새기고, 존재감을 각인하는 몰입의 첫 번째 단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게임이 캐릭터 생성을 통해 플레이어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철권 같은 대전 격투 게임은 이미 완성된 캐릭터들 중 하나를 고르는 것만으로 바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게임에는 플레이어의 정체성이 부여되지 않는 것일까?
캐릭터만 있을 뿐 플레이어의 존재는 없고, 대전 한 판이 끝나면 몰입도 함께 사라지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커스터마이징으로 '몰입의 시작'을 하지않았을 뿐, 철권에도 '커스터마이징'은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니나'를 주 캐릭터로 삼는 플레이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니나'에 대한 애착이 쌓인다. 그리고 결국에는, '니나'를 위해 코스튬을 바꾸거나, 색상을 조정하거나, 특별한 스킨을 장착하는 등 자신만의 손길을 더하게 된다. 그 순간, '니나'는 단순한 게임 캐릭터를 넘어, "나만의 니나"로 재구성되는데, 이 과정 자체가 곧 커스터마이징이다. 이 때의 커스터마이징은 '몰입의 시작'이 아니라 게임의 몰입 단계를 한층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즉, 게임의 장르나 비즈니스 모델, 기술적 한계 등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이 위치하는 순서와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형태가 어떻든, 커스터마이징은 플레이어의 몰입과 존재감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임은 틀림이 없다.
몰입의 시작, 자아 일체감(Self-Identification)
커스터마이징이 게임의 시작에 자리잡고 있다면, 그 게임은 캐릭터를 플레이어 자신과 일체화하여 몰입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성별, 체형, 직업, 성향 등을 직접 설정하는 과정을 통해 게임 세계 속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게 되는데, 바로 이 과정이 단순한 외형 편집을 넘어 플레이어와 캐릭터 사이의 자아 일체감(Self-Identification)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순간이 된다.

특히, 캐릭터의 얼굴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플레이어가 자기도 모르게 자신과 닮은 특징을 반영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인간의 인지 구조상, 익숙한 형태에 본능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동일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굴 커스터마이징은 단순히 외형을 설정하는 과정을 넘어, 플레이어가 자신을 세계 안에 투영하고, 정체성을 각인하는 몰입의 핵심 단계가 된다. 이러한 심리적 작용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게임들 즉,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앞에 둔 게임들은 커스터마이징 초기에 제공하는 옵션과 디테일을 매우 정교하게 구성해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존재를 구축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지원한다.
이런 디테일한 설정을 뒷받침하는 것은 언리얼 엔진의 Morph Targets 기능이다.

이 기능은 Skeletal Mesh (뼈대(Skeleton)와 외형(Mesh)이 결합된 움직이는 3D 모델)의 정점(Vertex) 위치를 미세하게 변형하여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설정해 둔 최소값과 최대값 범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값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단순히 얼굴형을 고르는 수준을 넘어, 눈의 각도, 광대의 돌출 정도, 눈매의 미세한 곡선까지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즉, 동일한 기본 모델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플레이어마다 완전히 다른 '나만의 외형'을 구성할 수 있는 자유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존재를 세계 안에 세밀하게 새겨 넣는 과정이, 게임 몰입의 첫 단계를 강력하게 완성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몰입의 레벨업, 애착(Attachment)
앞서 설명했듯, 커스터마이징은 단순히 몰입의 시작점에 그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세계 안에 존재감을 심은 이후에도, 커스터마이징은 '애착(Attachment)'이라는 감정적 연결을 강화하는 기능으로 작동한다.
물론, 모든 게임이 처음부터 세밀한 외형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 캐릭터만을 제공하거나, 제한된 선택만 가능한 게임들도 많다.
예를 들어, '나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같은 게임은 플레이어가 성별이나 얼굴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 플레이어 모두, 이야기의 주인공인 '성진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게임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을 수 있는 코스튬, 무기, 특별 이펙트 등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로 '구성하고 싶어지는 욕구'를 자극한다. 이 경우, 플레이어는 캐릭터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내가 성장시키고, 꾸민 캐릭터"라는 감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애착을 쌓게 된다.
기본 캐릭터의 외형을 바꿔주는 특별 코스튬들은 희소성이나 개인 취향을 반영함으로써, 캐릭터에 대한 소유감을 강화하고,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한 무기, 장비, 액세서리가 캐릭터의 외형과 성능에 영향을 주어 플레이어의 선택이 캐릭터의 개성을 반영하게 한다. 또한 특정 이벤트나 업적을 달성해야만 얻을 수 있는 특별 액션, 감정 표현, 승리 포즈 등이 "이 캐릭터는 나의 경험을 반영한 존재"라는 감각을 강화한다.
하지만, 단순히 다채로운 상품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애착을 유도할 수 없다.
커스터마이징 기반 애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스킨과 아이템을 단순 보상이 아니라 "나만의 흔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상품 설계, 플레이어별 커스터마이징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엔진 구조, 그리고 선택의 순간마다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UI 연출까지, 게임 전체에 걸친 정교한 감정 설계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결국, 애착은 다시 자아 일체감으로
그렇게, 게임 전체를 플레이하며 쌓은 애착은 단순한 꾸미기를 넘어, "이 캐릭터는 나다"라는 감정으로 귀결된다. 처음에는 '내가 만든 외형'이었고, 그 다음에는 '내가 가꾼 존재'였으며, 결국에는 "나의 일부가 이 세계 안에 살아간다"는 감각으로 이어진다. 이는 몰입의 시작이었던 자아 일체감(Self-Identification)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가된 애착(Attachment)이라는 감정적 에너지를 통해 자아 일체감을 다시 심화시키는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 감정의 순환은 단순한 흐름을 넘어, 플레이어가 게임 세계 안에 자신의 존재를 깊이 뿌리내리게 만드는 본질적 장치가 된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만들고 꾸미는 '커스터마이징'의 순간들은 사실 상 길지 않다. 하지만 그 순간 이후의 게임은 플레이어가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정의하고 정체성을 심화시켜 세계 속에 새겨 넣은, 길고도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 해당 글에 사용된 기능과 상세 설명은 보편적이거나 혹은 특정 사용자의 입장에서 정리되었습니다. 프로젝트 환경이나 기술 숙련도에 따라, 사용하는 엔진과 기능, 설정값 등은 다를 수 있습니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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