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사용은 '불법', 정당한 대가를 전제로 한 사용은 '가능'
NYT, '이제 언론사가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협상하는 주체로 나설 때'
2025년 5월 말,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아마존(Amazon)과 AI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아마존은 자사의 AI 기반 서비스(ex: Alexa)와 자체 생성형 AI 모델의 훈련을 위해, 뉴욕타임스의 뉴스 기사, 요리 콘텐츠(NYT Cooking), 스포츠 콘텐츠(더 애슬레틱) 등을 정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계약의 구체적인 금액은 비공개지만, 다년간의 장기 협력 형태이며, 아마존은 이를 통해 ‘정식 데이터 라이선스 모델(특정 콘텐츠(데이터)에 대해 정당한 계약을 통해 사용권을 부여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구조화된 모델)’의 선도 기업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계약보다 앞선 소송
그에 앞선 2023년 말, 뉴욕타임스는 뉴욕데일리뉴스와 8개 지역 신문사, 센터 포 인베스티게이티브 리서치(Center for Investigative Research Inc.) 등과 함께 AI 연구 기업 오픈AI(OpenAI)와 그 투자자이자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를 상대로 공동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에서 NYT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이를 AI 모델의 훈련에 사용하여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ChatGPT가 NYT 기사를 거의 그대로 재현하거나 요약하는 사례들이 발견되었으며, 이는 공정 이용(Fair Use)의 범위를 넘어선 상업적 침해라고 보았다. 또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콘텐츠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관리 정보를 제거하거나 변경하여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행위는 NYT의 수익 모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언론사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4월 4일, 미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의 시드니 스타인(Sidney Stein) 판사는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 위반 및 불공정 경쟁에 대한 일부 주장은 기각하였으나 AI 모델 훈련 데이터 사용에 대한 주장과 AI 출력물의 저작권 침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소송을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뉴욕타임즈는 해당 소송에 대한 증거를 모으는 단계에 있다.
의도인가, 모순인가?
한쪽에선 거대 기술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문제 삼고, 다른 쪽에선 또 다른 AI 기업과 손을 잡는 뉴욕타임스의 행보는 외견상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방향은 상호 충돌이 아닌 전략적 병행이라 할 수 있다. 소송은 “무단 사용은 불법”이라는 기준을 세우고, 계약은 “정당한 대가를 전제로 한 사용은 가능하다”는 협력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즉, 기술 기업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가 아니라, 콘텐츠 사용에 있어 룰과 대가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양면 전략은 생성형 AI 생태계 전반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언론 콘텐츠는 공공재처럼 무분별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AI 기술의 발전이 결국 인간이 만든 지식과 정보 기반 위에 구축된 것이라면, 그 토대를 제공한 주체들에게도 마땅한 권리와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통해 기술 기업에게는 ‘법적 리스크와 책임 인식’을, 업계 전반에는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기준 사례’를 남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의도된 모순’은 표면적 이중성 너머에 있는 전략적 일관성을 보여준다. 이는 AI 시대를 수동적으로 견디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권리를 협상하고 정의할 수 있는 주체로서 언론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다. 뉴욕타임스의 이중 전략은 AI 기술의 물결 속에서 언론이 침묵하거나 소외되지 않고, 새로운 질서를 직접 설계하는 플레이어로 참여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AI 기술 발전이 언론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언론사의 AI시대 생존 전략
AI 기술은 이미 뉴스 소비 방식뿐 아니라, 뉴스의 생산·배포·요약까지 구조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독자들은 검색이 아닌 AI 음성비서나 챗봇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으며, 알고리즘 기반 추천 뉴스가 편집권을 대체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언론사의 고유 역할은 축소되고, ‘뉴스의 상품화’는 극대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사들은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콘텐츠를 보호하고 자체 플랫폼의 가치를 유지하는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AI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라이선스 계약, AI 요약 엔진, 자동화 도구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는 방향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두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소송은 권리 보호의 수단이며, 계약은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다.
뉴욕타임스는 더 이상 언론이 기술에 끌려다니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이제는 콘텐츠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기술과 맞서 싸우는 대신, 기술과 협상하는 주체로 나설 때라고 선언하고 있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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