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권력,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미국 법원이 구글의 온라인 광고시장 독점을 인정하는 중대한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벌금형을 넘어 구글의 광고 사업 분할까지 논의하게 된 사상 초유의 사안으로, 플랫폼 경제 전반에 '디지털 권력의 허용 한계'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사건 개요: 구글 광고시장 독점, 법원의 유죄 판단
2025년 4월 17일, 미국 버지니아주 연방지방법원은 구글이 온라인 광고 기술 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 법무부(DoJ)와 17개 주 정부가 공동으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의 결과로, 2023년 초부터 시작된 ‘디지털 광고 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대대적인 사법적 판단이다.
법원의 핵심 판단은 구글이 퍼블리셔 광고 서버(Google Ad Manager)와 자체 광고 거래소(AdX)를 연동해 시장 진입 장벽을 만들고, 경쟁 플랫폼이 구글 생태계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을 방해했다는 점에 있었다. 이는 셔먼법(Sherman Act) 제1조 및 제2조(독점 금지 조항)를 위반한 ‘명백한 경쟁 제한 행위’로 규정됐다.

기술적 설계가 공정성 위반으로 판단된 이유
구글은 수년간 자사 광고 생태계를 운영하면서 광고주와 퍼블리셔를 연결하는 서버와 거래소를 동시에 통제해왔다. 이는 광고 입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 구조로 설명돼 왔지만, 실상은 외부 광고 서버의 접근을 제한하고, 퍼블리셔가 AdX를 우선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폐쇄적 시스템으로 작동했다.
법원은 이 구조가 ‘기술적 효율성’을 가장해 경쟁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이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적 구조의 공정성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적 분할 가능성: 구글 광고사업에 닥친 중대한 전환점
이번 판결의 파급력은 단순한 과징금에 그치지 않는다. 법원은 구글의 광고 생태계—Ad Manager(광고 서버), AdX(광고 거래소), DV360(광고 구매 플랫폼)—를 구조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강제 분할이 명령될 경우, 구글의 전체 수익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 부문이 해체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 역사상 전례 없는 결정이 될 수 있으며, 기술 대기업의 사업 운영 방식에 대한 법적 기준을 새로 정립하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
단순히 구글만의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 경제 전반에 대해 "성장 = 규제 회피"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권력',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이번 판결은 구글의 광고 사업 모델에 중대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플랫폼 기반 경제 질서 전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을 넘어,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 경쟁을 차단하거나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성장한 기업 모델이, 이제 법적으로 심판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구글뿐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의 물결은 이미 거세게 일고 있다.
2024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자사 앱스토어를 통해 음악 스트리밍 앱 개발자들이 사용자에게 외부 결제 옵션이나 더 저렴한 구독 방법을 알리는 것을 금지했다며, 시장 지배력 남용을 이유로 18억 유로(약 2조 9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2025년 3월, 프랑스 경쟁위원회는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 ATT) 기능이 자사에 유리하고 경쟁사에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설계됐다고 판단해 1억 5천만 유로(약 2,43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TT 기능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애플 자체 광고 시스템에는 관대하고, 제3자 광고주에게는 엄격한 제한을 가함으로써 심각한 경쟁 저해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플랫폼 설계의 ‘의도’와 ‘효과’에 따라, 단순한 기술 제공을 넘어서 시장 지배력 남용 여부를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한 글로벌 규제 흐름의 단면이다.
이처럼 전 세계 주요 감독기관들은 빅테크의 성장 과정, 인수합병 전략은 물론, 플랫폼 설계 방식까지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단순히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가 아니라, 그 힘을 '어떻게' 행사했는가를 본격적으로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구글 판결도 이러한 흐름 속에 놓여 있다.
법적 쟁점과 구글의 반응: “절반은 이겼고 절반은 졌다”
구글은 이번 판결에 대해 "혼합된 결정"이라 평가하며, 특히 퍼블리셔 도구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글은 해당 부분에 대해 항소할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현재 법원의 시정 조치 결정 이후 항소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Google의 규제 업무 담당 부사장인 리앤 멀홀랜드는 성명서를 통해 "법원은 우리 광고주 도구가 경쟁을 저해하지 않으며, DoubleClick과 AdMeld 인수가 반경쟁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우리 퍼블리셔 도구 중 하나에 대한 법무부의 주장에만 동의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절반은 이겼고 나머지 절반은 졌다." 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판결은 우리와 같은 회사가 경쟁사와 사업을 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잘못된 암시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직원들에게도 메모를 보냈는데, "온라인 광고 독점 소송의 '일부'를 졌다는 사실에 대해 걱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놀라운 제품을 만들어 사용자와 고객에게 계속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권력에 대한 본질적 질문: 기술이 만든 성장은 공정했는가?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경쟁사와의 갈등이나 시장 점유율의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 기반 경제가 얼마나 정교하게 ‘경쟁’을 구조적으로 회피해왔는지를 되묻는 법적·사회적 경고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설계하고, 누구에게 어떤 선택권을 허용했는가’에 따라 시장 전체의 질서와 공정성이 결정된다. 구글, 애플 등 빅테크는 그동안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규제의 회색지대에서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디지털 권력은 크기보다 방식에 따라 판단받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성장은 이제 면죄부가 되지 못하며, 기술의 진보도 공정한 경쟁의 구조 안에서만 사회적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다.
"기술적 혁신이 시장 지배로 이어질 때, 그 과정은 과연 공정했는가?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은 존중받았는가?"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경제가 커질수록, '권력은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가'라는 질문은 더욱 치열하고 복합적인 형태로 사회 전체를 흔들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기술 혁신'만으로는 독점의 명분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제, ‘디지털 성장의 윤리’가 기준이 된다
[메타X]는 이번 판결을 단순한 IT기업의 소송 결과가 아닌, 디지털 경제 질서에 대한 전면적 재구성의 서막으로 바라본다.
시장은 더 이상 ‘규모’보다 ‘방식’을 평가하게 됐고, 기술의 진보조차 ‘사회적 허용 한계’라는 경계 속에서 판단될 것이다.
앞으로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의 기술은 누구를 배제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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