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환경 반응과 효과적인 전달, 인지적 착각을 완성하다.
환경 상호작용, 카메라 워크에 대하여.
“게임은 결국 착각의 기술이다. 우리는 가짜를 보고도 진짜처럼 느끼며, 심지어 진짜처럼 행동한다.”
게임은 현실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가상 공간에서 진심으로 웃고, 화내고, 때로는 감동받는다. 우리는 그것을 대개 ‘재미’라고 부르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과 기획, 설계와 계산으로 빚어낸 아주 정교한 ‘인지의 착각(Cognitive Illusion)’이 있다.
《게임의 기술》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몰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감정이 어떻게 설계되는지를 기술의 언어로 풀어보는 여정이다.[편집자주] |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픽셀의 조합이 아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충격에 반응하고, 공간의 변화를 감지하며,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감정을 경험한다.
《게임의 기술》 2편은 ‘움직임’ 이후의 이야기다. 환경과 오브젝트, 그리고 카메라 연출이라는 시각적 경험의 확장을 통해, 가짜인 세계를 진짜처럼 받아들이게 만드는 기술의 마법을 탐구한다.
1. 파괴는 연출이 아니라 감각이다 — 환경 상호작용(Destructible Objects)
'가방을 떨어뜨리면 물건들은 쏟아지고, 향수 병은 깨진다.'
버스 안에서 중심을 잃고 옆 사람과 부딪힌 충격으로 가방을 떨어뜨리거나, 창문에 날카로운 물건이 부딪혀 유리가 깨지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우리의 행동 하나가 주변 환경에 물리적 영향을 주는 순간,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게임에서도 이 감각은 중요하다. 만약 총을 쐈는데 나무가 아무런 흔적 없이 멀쩡하거나, 강한 충격을 가했는데도 오브젝트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빠르게 "이곳은 가짜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Destructible Objects(파괴 가능한 오브젝트)는 게임 세계의 사실성과 몰입감을 증폭시키는 주요 장치가 된다. 총격에 유리가 산산조각 나고, 대형 무기에 의해 벽이 허물어지고, 던진 물건에 선반 위 물체들이 떨어지는 작은 반응 하나까지. 세계가 내 행동에 ‘반응’하는 순간, 유저는 이곳이 꾸며진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개입할 수 있는 세계라고 느낀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이 오브젝트는 왜 파괴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플레이어는 이 파괴를 통해 무엇을 경험하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단순한 연출을 위한 파괴인지, 실제로 경로를 열거나 전투 전략을 바꿔야 하는지, 아니면 환경 상호작용을 통한 몰입 강화인지에 따라 파괴의 방식과 깊이, 연출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이후엔 충격을 가하는 물체와 받는 물체의 기본 성질, 얼마나 세밀하게 조각낼 것인가, 파편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넓은 범위에 퍼져야 하는가, 그리고 최적화를 어느 수준까지 고려할 것인가 같은 세부 요소를 다듬어야 하는데, 이 수많은 경우의 수를 조율하는 과정이 결국 ‘적당히 자연스럽다’는 감각을 완성하는 복잡한 작업이 된다.
언리얼 엔진에서 Destructible Objects를 구현하는 핵심 시스템인 Chaos Destruction은 이러한 작업을 지원하는 고성능 파괴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파괴 장면도 실시간으로, 그리고 시네마틱 수준의 품질로 연출할 수 있다.

Chaos Destruction 은, 복잡한 여러 하위 기능이 포함된 통합 시스템이며 기능에 따라 명확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우선 Geometry Collection 을 통해 깨질 준비가 된 오브젝트를 만들고, 만들어진 Static Mesh(자체 애니메이션이나 본(Skeleton)이 없는)오브젝트를 기반으로, 이후 다양한 파괴 시뮬레이션을 적용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한다.
Fracture 는 앞단에서 만들어진 오브젝트가 어떻게 깨질지를 정의하는 작업이다. 균일한 셀 분할, 방사형 분할, 평면 절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각을 설계해 파괴 시의 디테일을 조정할 수 있다.

Cluster 는 조각난 파편들을 그룹화하여, 어떤 그룹은 함께 버티고 어떤 그룹은 쉽게 무너질지를 제어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성능을 최적화하고, 파괴의 자연스러운 연쇄 반응을 연출할 수 있다.

이후, Caching을 통해 복잡한 파괴 시뮬레이션 결과를 미리 기록해 두고, 실시간 연산 부담 없이 재생할 수도 있다. 이를 최적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데 대규모 파괴 장면이나 반복되는 이벤트에 있어 성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깨지는 벽 하나, 무너지는 기둥 하나에도 설계자는 숨겨진 계산을 심는다. 플레이어가 눈치채지 못해도, 그 조용한 상호작용이 세계를 ‘진짜처럼’ 느끼게 만든다.
때문에, 환경 상호작용, 파괴되는 오브젝트들 또한 플레이어의 몰입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2. 시선이 머무는 곳에 감정이 따라온다 — 카메라 워크(Camera Work)
'모든 상황을 내가 지켜보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상황은 버스 안에서 중심을 잃고, 옆 사람과 부딪히고, 가방을 떨어뜨리고, 향수병이 깨졌다. 이 모든 상황을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휴대폰으로 촬영했고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상황의 흐름을 좀 더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어가 겪는 사건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움직임이나 파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간의 방향성과 사건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조직하는 것, 바로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카메라 워크(Camera Work)다.
게임은 영화와 달리, 플레이어가 직접 움직이고 조작한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플레이어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유도하고 사건을 강조해야 한다. 어디를 봐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카메라가 의도한 대로 유도되지 않으면, 플레이어는 중요한 사건을 놓치거나, 공간 방향을 잃고 혼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영화보다 더 섬세하고 유연한 카메라 설계가 필요하다. 플레이어가 직접 세계를 움직이는 만큼, 시선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Cinemachine 은 Unity가 공식 지원하는 카메라 연출 패키지로, 복잡한 움직임과 시선 유도를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Virtual Camera 를 통해 여러 시점을 사전에 배치하고, Composer와 Framing Transposer를 사용해 대상 객체를 화면 내 자연스럽게 유지하며, Blend 기능으로 카메라 전환 시 부드러운 연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Cinemachine은 플레이어를 직접 따라가는 카메라와, 공간 전체를 보여주는 카메라 사이를 매끄럽게 전환하는 데 강력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Unity는 Timeline 을 통해 사건과 카메라를 시간 축에 맞춰 정밀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Timeline 상에 여러 카메라를 배치하고, 특정 이벤트나 애니메이션과 동기화함으로써 게임플레이 중 발생하는 사건을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기본 Camera Component 역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Field of View(FOV)를 조정해 시야를 좁히거나 넓히고, Depth of Field(피사계 심도)나 Motion Blur 같은 효과를 추가하여 플레이어의 몰입감과 감정 몰입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스크립트를 통해 Camera Shake를 구현하면, 충격이나 위기감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할 수도 있다. 결국, Unity 엔진에서도 카메라는 단순한 화면 출력 장치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공간을 이해하고 사건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핵심 연출 수단이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카메라 툴이 준비되어 있더라도, 기본적인 연출 상식과 영상화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카메라 설계는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네머신 같은 툴은 '어떻게 움직일까'를 해결해줄 수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까'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설계자의 영상화법 이해와 연출력에 달려 있다.
게임 카메라를 설계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영상 언어와 공간 연출 구조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그래야 플레이어의 몰입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사건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3. 기술은 감정 설계의 도구다
우리가 진짜처럼 느낀 그 감정은 사실, 수많은 설계와 연출, 그리고 기술의 조율 위에 있었다.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오브젝트가 깨지며, 카메라가 사건을 안내할 때, 유저는 무의식적으로 그 세계 안에 ‘존재’하게 된다.
"결국, 기술이 설계하는 것은 '당신의 몰입'이다"
게임은 픽셀과 연산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걷고, 부딪히고, 흔들리고, 사건을 목격하며 진짜처럼 반응한다.
그 모든 감각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움직임의 관성과 무게, 환경의 반응성, 공간을 안내하는 카메라 워크까지.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실성'은 수많은 설계자들이 쌓아올린 정교한 기술적 장치 위에서 가능해진다.
그들이 충돌 판정을 설정하거나, 오브젝트를 부서지게 만들거나, 카메라를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플레이어가 의식하지 못한 채 그 세계 안에 존재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결국 기술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각을 설계하고, 몰입을 완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리고 그것이, 플레이어의 몰입을 유지하기 위한《게임의 기술》이다.
! 해당 글에 사용된 기능과 상세 설명은 보편적이거나 혹은 특정 사용자의 입장에서 정리되었습니다. 프로젝트 환경이나 기술 숙련도에 따라, 사용하는 엔진과 기능, 설정값 등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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