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중립성, 사회적 수용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구글의 자율주행 택시, Waymo는 최근 LA,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등 주요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운행을 축소 또는 일시 중단했다. 그 이유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반(反)-ICE 시위가 격화되며, 최소 5대의 Waymo 자율주행 차량이 방화 및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애틀랜타, 피닉스 등지에서도 운영을 제한하거나 픽업·드랍오프 불가 처리 조치를 시행했다.

자율주행 택시,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감시의 상징'이 되다.
해당 시위에서, 자율주행 택시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감시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Waymo 차량에는 고정된 360도 카메라, 라이더, 센서가 있으며, 수집되는 데이터는 내부 훈련용 뿐만 아니라 도시 교통, 보안기관 협력 등으로 연동될 여지가 있다. 때문에 시위 참가자들은 이렇게 인식했다.
“내가 시위하는 동안, 무인차가 내 얼굴을 찍고 있었다. 이건 이동하는 감시 장치다.”
실제로 Waymo와 같은 자율주행 기업들이 도시 행정 및 공공안전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사례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시위 현장에서 Waymo 차량은 “얼굴을 찍는 무인 감시자”로 인식되었고, 이는 기술이 중립적이더라도 사용 방식이나 해석은 정치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LA 시위에서 자율주행차 5대가 연속으로 불탔다는 사실은, 단순한 범죄행위가 아닌 사회적 저항의 상징물로서 기술이 물리적 타겟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차가 도심 재개발, 자동화로 인한 노동 대체, 감시 인프라 확대, 계층 간 단절 등 다양한 사회적 긴장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상징이 되어버린 셈이다.
기술이 멈추는 순간, 그 영향은 도시 전체에 반영된다
Waymo는 대응 조치로 지오펜싱을 확대하고, 일부 지역의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이는 곧 도시 내 자율주행 인프라의 유연성과 위기 대응 한계를 보여준다. 자율주행은 정밀하게 계획된 도로 인프라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사회 변동(예: 시위, 정전, 폭력)에 취약하다. 즉, 기술은 효율화와 안정성만 강조할 수 없고, 사회적 탄력성과 긴급조치 메커니즘까지 설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Waymo가 겪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서비스 일시 중단’이 아니라 기술이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자율주행차가 사람을 친 것도, 서비스가 잘못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자기들이 통제할 수 없는 기술 권력의 상징”이라고 느꼈고 그 감정이 고스란히, '방화'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그 표현 앞에서 기술은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었다.
기술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성능 이전에 공존의 설계, 신뢰의 프레임, 감정적 중립성을 갖춰야하는 이유이다.
“타오른 것은 차량이 아니라, 기술과 사회의 균열이었다.”
Waymo 차량 방화 사건은 단순히 자율주행차 5대가 소실된 물리적 사건이 아니다. 이는 기술과 사회 사이에 형성된 긴장선이 가시화된 장면이다. 일부는 이를 "통제 불가능한 기술 권력"에 대한 감정적 저항으로 읽는다. 자율주행차는 노동 대체, 감시, 공공 공간의 자동화라는 상징을 내포하며, 이번 LA 시위가 지닌 이민자 억압, 공공서비스 축소, 반감시 정서라는 맥락 속에서 무인 차량은 기술 권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이러한 행위는 단지 ‘가장 만만한 타깃’에 대한 즉흥적 분출일 수도 있다. 무인차는 사람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지 않으며, 대응하지도 않고, 접근하기 쉬운 비인간적 대상이기 때문이다. 시위라는 혼란 속에서는 언제나 누군가는, 혹은 무언가는 표적이 된다. 그날, 그 장소에 Waymo 차량이 있었던 것은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두 해석이 모두 같은 결론으로 수렴한다는 점이다. 기술은 언제든 사회적 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기술이 사회적 수용성(social license)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도입될 경우, 그것이 아무리 정교하고 안전하더라도, 현실 속에서 불신과 저항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Waymo가 상징한 것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미래의 일부였는지도 모른다.
“기술적 완성도와 사회적 수용성 사이”
이 균열을 외면한다면, 아무리 정교한 AI와 자율 시스템도 현실 속에서는 불신과 저항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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