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논문: Wenger, J. D., Cameron, C. D., & Inzlicht, M. (2026). People choose to receive human empathy despite rating AI empathy higher. Communications Psychology, 4, Article 19.
https://doi.org/10.1038/s44271-025-00387-3
공감의 품질과 공감받고 싶은 상대 사이에서 발견된 역설
AI가 인간보다 더 공감적인 말을 만들어낸다면, 사람들은 인간 대신 AI에게 위로받기를 원할까? 최근 인공지능의 공감 능력을 평가한 연구들은 AI가 작성한 응답이 인간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결과를 보고해 왔다. 의료 상담 답변을 비교한 한 연구에서는 AI의 응답이 의사의 응답보다 78.6%의 사례에서 선호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감적인 답변을 높게 평가하는 것과 자신이 위로받을 상대를 선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의 조슈아 웽거(Joshua D. Wenger)와 동료들은 이 차이에 주목했다. 2026년 학술지 Communications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이들은 인간과 AI 중 누구에게 공감받고 싶은지, 그리고 선택한 상대에게 실제로 공감을 받았을 때 어떤 경험을 하는지 조사했다.
![[논문리뷰]AI를 더 높게 평가하면서 인간을 선택하는 사람들](https://metax-images-bucket.s3.ap-southeast-2.amazonaws.com/articles/2026/10/ai-img-1-20261018-jd42oo.webp)
공감의 품질과 공감받을 상대의 선택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 상대의 경험을 함께 느끼고, 고통을 덜어주려는 동기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AI는 공감적인 문장을 생성할 수 있지만 인간처럼 감정을 경험하거나 타인을 염려하는지는 논쟁의 대상이다.
이 때문에 AI의 공감을 바라보는 관점도 나뉜다. 한쪽은 공감하는 주체의 진정성을 중시한다. 다른 쪽은 공감을 받는 사람이 이해받고 위로받았다고 느낀다면 그 경험에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
연구진은 이러한 논쟁을 실제 선택 행동을 통해 살펴봤다. 기존 연구가 주로 인간과 AI의 공감 표현을 평가했다면, 이번 연구는 참가자가 원하는 공감의 출처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했다.
네 번의 실험에서 반복된 선택의 역설
연구진은 총 691명이 참여한 네 차례의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고통스럽거나 위로가 필요한 상황을 접한 뒤 인간과 AI 중 어느 쪽의 공감적 응답을 받을지 선택했다. AI 응답에는 GPT-4o가 사용됐으며, 참가자가 인간을 선택하면 실제 인간이 작성한 답변을, AI를 선택하면 AI가 작성한 답변을 제공했다.
실험은 단계적으로 확장됐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가상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제시했고, 두 번째 실험에서는 위로받고 돌봄받는 느낌을 세분화해 측정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전문적인 위기 상담 응답을 포함해 높은 품질의 인간 공감과 AI를 비교했다. 마지막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겪은 실제 사건을 서술하고, 그 경험에 맞춰 작성된 응답을 받았다.
결과는 일관됐다. 네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인간을 선택한 비율은 각각 57.1%, 57.8%, 62.1%, 58.4%였다. 모두 우연한 선택의 기준인 50%보다 높았다.
그런데 선택 이후의 평가는 반대 방향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AI가 작성한 응답을 더 공감적이라고 평가했으며, 자신이 이해받고 위로받았다는 느낌에도 더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높은 평가를 받은 인간의 공감 응답과 비교한 세 번째 실험에서도 AI의 우위는 유지됐다. 다만 그 차이는 앞선 실험보다 작아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AI 공감 선택의 역설(AI Empathy Choice Paradox)’이라고 명명했다. 사람들은 인간의 공감을 더 자주 선택하지만, AI의 공감을 경험했을 때 더 높은 품질을 보고한다는 것이다.
AI가 인간보다 더 노력했다고 느끼는 이유
연구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발견은 공감에 투입된 노력에 대한 평가다.
우리는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 줄 때, 그 노력을 자신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노력이 공감의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조사했다.
흥미롭게도 참가자들은 인간보다 AI가 응답을 작성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상대가 더 노력했다고 느낄수록 응답을 더 공감적이라고 평가하고, 자신이 더 이해받았다고 느끼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연관성은 인간과 AI 모두에서 관찰됐지만, 인간의 응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에는 해석의 문제가 남아 있다. 참가자들이 AI에게도 인간의 노력이라는 개념을 적용했을 수도 있고, 정교하게 작성된 문장을 많은 노력이 들어간 결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연구는 두 가능성을 구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결과는 공감을 판단할 때 실제로 얼마나 노력했는가와 상대가 얼마나 노력했다고 느끼는가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감의 평가에는 표현의 내용뿐 아니라 그 표현을 만들어낸 과정에 대한 수용자의 추정도 관여하는 것이다.
좋은 위로와 인간적 연결은 같은 것인가
AI가 모든 공감의 차원에서 우위를 보인 것은 아니다. 특히 응답자와의 연결감이나 표현의 진정성에서는 AI가 높은 품질의 인간 공감을 일관되게 능가하지 못했다.
이 차이는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데 중요하다. AI는 상대의 상황에 적절한 언어를 생성하고, 이해받았다는 느낌을 제공하는 데 강점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가 인간관계에서 형성되는 연결감까지 대체한다는 증거는 아니다.
연구의 비교 대상이 주로 익명의 인간 응답자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오랜 관계를 맺어온 친구나 가족의 위로와 AI의 응답을 비교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AI와 장기간 상호작용한 사람에게서도 같은 선택 경향이 나타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또한 인간을 선호하는 이유가 공감이라는 영역의 특성 때문인지, 알고리즘에 대한 일반적인 거부감 때문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공감의 미래에서 중요한 질문
이 연구의 의의는 공감의 표현 품질과 공감받을 상대의 선택이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어떤 답변이 자신을 더 잘 이해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제로 위로받고 싶은 상대는 다른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다. 공감을 구하는 행위에는 적절한 언어를 얻으려는 욕구와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함께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AI가 인간의 공감을 대체하기보다 인간의 정서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만 그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짧은 텍스트 응답을 넘어 지속적인 관계, 대화의 맥락, 실제 정서적 변화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연구가 남기는 질문은 분명하다. 사람들이 위로를 구할 때 원하는 것은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응답인가, 아니면 자신을 이해하려는 상대의 존재인가? AI의 공감 능력이 발전할수록 두 가지가 인간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구분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