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댓글을 제안하고, 작성한 문장을 다듬고, 대화를 시작할 질문까지 만들어주는 시대다.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는 꽤 유용하다. 평소 온라인에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 어려웠던 사람도 AI의 도움을 받으면 한결 쉽게 말문을 열 수 있다.
그렇다면 AI가 개입한 온라인 대화는 실제로 더 풍성해질까?
댓글 수가 늘고 문장이 길어지는 것과 대화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글을 작성한 사람은 편리함을 느끼지만, 그 글을 읽는 사람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2026년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The impact of generative AI on social media: an experimental study」는 바로 이 차이를 살폈다. 연구진은 AI를 사용한 사람의 만족도뿐 아니라, AI의 도움으로 작성된 댓글을 읽고 반응하는 사람들의 경험까지 함께 분석했다.
결과는 꽤 역설적이었다.
AI는 사람들의 참여를 늘렸다. 댓글도 길어졌다. 그러나 그 댓글이 더 유익하고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실제 SNS와 비슷한 공간에서 진행된 실험
연구에는 미국 성인 680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레딧과 비슷한 형태의 온라인 토론 플랫폼을 직접 구축했다. 참여자들은 이곳에서 댓글과 대댓글을 작성하고, 다른 사람의 글에 ‘좋아요’, ‘사랑해요’, ‘싫어요’, ‘화나요’, ‘웃겨요’와 같은 반응을 남겼다.
참여자는 다섯 명씩 소규모 집단에 배정됐다. 각 집단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만 들어갔으며, AI를 사용할 수 없는 통제집단과 네 가지 AI 기능 가운데 하나를 사용할 수 있는 실험집단으로 무작위 구분됐다.
토론 주제는 세 가지였다. 고양이와 개 중 어떤 동물이 더 좋은지 이야기하는 가벼운 주제, 귀리의 건강상 이점을 다루는 과학적 주제, 보편적 기본소득에 관한 정치적 주제였다. 참여자들은 순서를 달리해 각 주제를 10분씩 토론했다.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주제를 골랐을까?
가벼운 취향을 나누는 대화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대화, 의견 충돌이 예상되는 정치적 토론에서는 AI를 활용하는 목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능도 어떤 대화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댓글 쓰기를 도운 네 종류의 AI
첫 번째는 이용자가 별도 창에서 AI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채팅 도우미’였다. 토론 주제에 관한 정보를 묻거나,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댓글에 넣을 만한 근거를 찾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AI가 먼저 질문이나 소재를 제시하는 ‘대화 시작 문장’ 기능이었다. 이용자가 요청하기 전에 AI가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줬다.
세 번째는 ‘피드백’ 기능이다. 이용자가 댓글 초안을 작성하면 AI가 글의 논리와 표현을 검토하고 수정 방향을 제안했다. 글 전체를 대신 쓰는 기능이라기보다, 사용자가 작성한 문장을 다듬도록 돕는 방식에 가깝다.
마지막은 기존 댓글에 달 수 있는 답변을 자동으로 제시하는 기능이었다. AI는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는 답변과 중립적인 답변, 반대하는 답변을 각각 보여줬다. 이용자는 그중 하나를 골라 활용할 수 있었다.
네 기능 모두 글쓰기를 돕지만 개입 방식은 다르다. 사용자가 먼저 AI를 불러야 하는 기능이 있는가 하면, AI가 알아서 문장을 제안하는 기능도 있다. 새로운 내용을 생성해주는 방식과 사용자가 쓴 글을 다듬어주는 방식도 구분된다.
연구진이 궁금했던 것은 단순한 생산량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참여했을까? 댓글은 얼마나 길어졌을까? 다른 사람에게 답글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졌을까? 무엇보다, 그 댓글을 읽은 사람은 대화의 질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AI의 도움을 받자 사람들은 더 많이 말했다
먼저 글을 작성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AI의 효과는 분명했다.
채팅 도우미와 답변 추천 기능을 사용한 참여자들은 AI가 온라인 토론 참여를 쉽게 만들어준다고 느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거나, 주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AI가 일종의 디딤돌이 된 셈이다.
댓글 길이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네 가지 AI 지원 조건 모두 통제집단보다 평균 댓글이 길었다. 특히 채팅 도우미를 사용한 참여자가 작성한 댓글은 평균 28.59단어였다. AI를 사용하지 않은 집단의 평균은 18.76단어였다.
대화 시작 문장 기능은 참여를 고르게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목소리가 큰 몇 사람만 대화를 이끄는 대신, 여러 사람이 비교적 균형 있게 의견을 남겼다. 이 기능을 활용한 댓글은 다른 사람의 답글을 받을 가능성도 유의하게 높았다(β=.300, p=.021).
여기까지만 보면 성공적인 결과처럼 보인다. 참여 장벽은 낮아졌고, 댓글은 길어졌으며, 더 많은 사람이 대화에 들어왔다.
그런데 문제는 읽는 사람의 평가였다.
길어진 댓글, 낮아진 평가
AI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참여가 쉬워졌다고 느꼈지만, 다른 참여자들은 그 댓글을 더 좋은 글로 평가하지 않았다.
채팅 도우미와 대화 시작 문장 기능이 제공된 집단의 댓글은 통제집단보다 정보성과 품질이 낮게 평가됐다. 자신이 쓴 댓글에 달린 답글을 평가하는 항목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답변 추천 기능을 제외한 AI 지원 조건에서 대체로 낮은 점수가 나온 것이다.
감정 반응은 더 직접적이었다. 모든 AI 실험집단에서 ‘싫어요’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답변 추천 기능에서는 ‘사랑해요’ 반응도 일부 늘었지만, 전체 흐름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참여자들이 남긴 자유 의견에는 이유가 드러나 있다.
“로봇 같다.”
“지나치게 일반적이다.”
“개인적인 느낌이 없다.”
AI가 개입하자 댓글은 분명 길어졌다. 그러나 읽을거리까지 풍성해졌을까? 결과는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말은 많아졌지만 어디에서 본 듯한 표현도 함께 늘어났다. 매끄럽게 정돈된 문장이 반드시 흥미로운 문장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 지점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흔히 사용하는 ‘활성화’의 기준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댓글 수와 문장 길이만 본다면 AI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용자가 실제로 느낀 품질과 진정성까지 포함하면 평가는 달라진다.
한 사람의 AI 사용이 대화 전체를 바꿀 수 있다
더 중요한 결과는 따로 있다. AI가 작성에 관여한 댓글만 낮게 평가된 것이 아니라, AI가 들어온 뒤 이어지는 대화의 흐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토론에서 댓글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첫 번째 글이 다음 답변의 방향을 만들고, 그 답변은 또 다른 반응을 끌어낸다. 만약 대화의 출발점이 일반적이고 비개인적인 AI 문장이라면, 사람들은 그 문장을 기준으로 비슷한 수준의 대화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진은 이를 ‘의미론적 쓰레기’가 늘어나는 문제와 연결한다. 생성되는 문장의 양은 많지만, 정작 새롭고 유용한 의미는 부족한 상태다.
소규모 실험에서 나타난 이 현상이 대형 플랫폼에서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AI는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그 결과 플랫폼의 댓글 수와 이용시간은 늘어날지 모른다. 반면 개성 있는 의견은 비슷한 문장들 사이에 묻힐 수 있다.
더 많은 말이 오가지만 기억에 남는 말은 줄어드는 상황. 이 논문이 경고하는 것은 바로 그 가능성이다.
논쟁적인 주제에서는 ‘동의’가 늘었다
답변 추천 기능에서는 사람들의 선택 방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AI가 제시한 답변 중 동의하는 문장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전체 선택의 48.6%가 동의였고, 중립적인 답변은 30.0%, 반대 의견은 21.4%를 차지했다.
주제가 민감해질수록 동의 답변을 고르는 비율은 더 높아졌다. 고양이와 개를 비교하는 대화에서는 43.3%였지만, 귀리의 건강 효과와 보편적 기본소득에 관한 토론에서는 각각 51.1%와 51.3%로 증가했다.
갈등 가능성이 큰 주제일수록 사람들은 AI가 제시한 반대 의견보다 동의하는 문장을 선호했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 AI가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고 정중한 대화를 유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도 있다. 동의하는 답변이 반복되면 온라인 토론에 필요한 반론과 비판적 논쟁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보여주는 선택지는 결코 중립적인 메뉴가 아니다. 동의와 반대 가운데 어떤 문장을 먼저 보여주는지, 어떤 어조를 더 자연스럽게 제시하는지에 따라 이용자의 선택과 토론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은 AI가 쓴 듯한 댓글을 알아차렸다
참여자들은 다른 이용자가 AI를 사용했는지도 추측했다.
AI가 제공되지 않은 통제집단에서는 다른 사람이 AI를 사용했다고 판단한 비율이 13.8%였다. 반면 AI 지원 집단에서는 37.7%에서 43.6%가 다른 이용자의 AI 사용을 의심했다.
사람들이 기술적인 탐지 도구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판단 기준은 문장의 인상이었다. 지나치게 정돈된 표현, 개인적 특징이 사라진 말투, 대화의 맥락과 정확히 맞물리지 않는 일반적인 내용에서 AI의 흔적을 느꼈다.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과 사람이 직접 쓴 것처럼 느껴지는 문장은 같지 않다. 독자가 진정성을 느끼는 지점은 완벽한 어휘나 문장구조가 아니라, 그 사람만의 경험과 관점이 드러나는 순간일 수 있다.
AI가 더 자연스러운 문장을 생성하게 되면 이런 문제도 사라질까? 꼭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의 말투를 정교하게 모방할수록 AI 사용을 알아차리기 어려워지고, 이번에는 투명성 문제가 커질 수 있어서다.
AI를 썼다는 사실만으로 나눌 수 없는 문제
연구진은 모든 AI 사용을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AI가 만든 문장을 거의 그대로 복사해 게시했다면 이를 알리는 표시가 필요하다. 해당 글의 진정성과 책임을 판단하는 데 AI의 직접 개입 여부가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자신의 생각으로 초안을 쓴 뒤 표현만 일부 다듬었다면 어떨까? 또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AI와 대화했지만 최종 문장은 직접 작성했다면?
이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AI가 제시한 문장을 무조건 복사하지 않았다. 채팅 도우미를 이용해 정보를 얻거나 생각을 정리한 뒤 자신의 문장을 작성했고, 대화 시작 문장이 의도와 맞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았다. AI 피드백을 받은 뒤에도 제안 전체가 아닌 필요한 부분만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핵심은 ‘AI를 사용했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AI가 결과물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사용자의 판단과 표현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향후 소셜미디어의 표시 정책도 이 차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문장 전체의 직접 생성, 일부 표현의 수정, 정보 탐색, 아이디어 지원을 모두 같은 수준의 AI 콘텐츠로 분류한다면 실제 사용방식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좋은 AI는 말을 대신하는 AI일까
참여자들이 AI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한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낯선 주제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때, 복잡한 의견을 정리할 때는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순간 AI는 대화에 들어갈 수 있는 첫걸음을 제공했다.
동시에 이용자들은 더 개인화된 도움을 원했다. 자신의 말투와 의도, 대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문장은 편리하더라도 진정성 있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네 가지 설계 방향을 제안한다. AI 사용은 강제가 아닌 선택이어야 한다. AI가 직접 생성한 콘텐츠는 투명하게 표시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의 말투와 의도를 반영하는 개인화, 대화 주제에 따라 정보와 어조를 조절하는 맥락 인식도 중요하다. 여기에 쉽고 익숙한 인터페이스까지 더해져야 한다.
다만 개인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AI가 사용자의 말투를 완벽하게 모방할수록 다른 사람은 AI의 개입을 알아채기 어려워진다. 진정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이 오히려 투명성을 낮추는 역설이다.
결국 좋은 소셜미디어 AI는 사람을 대신해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완성하는 도구일까, 아니면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더 분명하게 표현하도록 옆에서 돕는 도구일까?
연구 결과는 후자에 가까운 방향을 가리킨다.
실제 SNS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날까
이번 연구는 실제 SNS와 유사한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고, 네 가지 AI 기능을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결과를 모든 소셜미디어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참여자는 미국 성인으로 한정됐다. 서로 모르는 다섯 명이 소규모 집단을 만들었으며, 각 주제에 주어진 시간도 10분뿐이었다. 실제 SNS에서는 팔로워 수, 익명성, 관계의 역사, 추천 알고리즘, 유명인의 영향력과 정치적 성향 등 훨씬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다.
실험집단별 참여자도 약 130~140명 수준이었다. 연령과 성별, 교육수준, 직업, 정치적 성향에 따라 AI의 효과가 달라지는지 충분히 검증하기에는 다소 제한적인 규모다. 연구에서 인구통계학적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이 AI에 똑같이 반응한다는 뜻은 아니다.
짧은 실험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AI 기능에 익숙하지 않은 참여자들이 낯선 문체를 더 부정적으로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AI 문장에 장기간 노출되면 사람들의 경계심이 낮아져 비슷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장기적인 변화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I가 온라인 대화의 규범과 표현방식을 어떻게 바꿀지는 반복적인 사용과 노출을 통해 더 분명해질 것이다.
더 많은 댓글이 더 좋은 대화는 아니다
이 연구가 남기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는 침묵하던 사람을 대화에 참여시켰다. 댓글을 더 길게 만들었고, 첫 문장을 고민하는 부담도 줄여줬다. 하지만 참여량의 증가는 곧바로 대화의 질로 이어지지 않았다. AI의 도움을 받은 글은 때로 뻔하고 비개인적으로 느껴졌으며, 일부 조건에서는 품질 평가가 낮아지고 ‘싫어요’ 반응이 늘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댓글 수와 이용시간이 증가하면 성공으로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공적 대화의 가치는 생산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안에 새로운 생각이 있는지, 서로의 말을 실제로 듣고 있는지, 이용자가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생성형 AI가 소셜미디어 깊숙이 들어올수록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AI가 얼마나 많은 말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아니다.
그 말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대화를 남기는가. 이제는 그것을 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