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스타트업 생태계가 다시 브뤼셀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U–INC 이니셔티브는 “100 Days to Write Europe’s Future” 캠페인을 시작하며 유럽 정치 지도자들에게 공개서한 공동 서명을 요청했다. 여름 휴회가 끝난 브뤼셀에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유럽위원회, 이사회, 의회가 EU Inc의 최종 문안을 협상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 요소들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의 질문은 단순하다.

EU Inc가 만들어질 것인지는 더 이상 핵심 쟁점이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진짜 범유럽 표준이 될 것인가, 아니면 27개국에 흩어진 또 하나의 복잡한 구조가 될 것인가다.

EU Inc는 유럽 스타트업을 위한 새로운 선택형 법인 형태다. EU–INC 포지션페이퍼는 이를 유럽위원회의 ‘28번째 체제 기업 법률 프레임워크’ 규정안에 따른 유럽 기업 형태로 설명한다. 기존 독일 GmbH, 그리스 IKE 같은 각국 법인 형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옆에 하나의 공통 유럽 법인 선택지를 만드는 구상이다.

이 구상이 중요한 이유는 유럽 스타트업의 오래된 약점 때문이다.

유럽은 하나의 거대한 단일시장이라고 말하지만, 창업자가 회사를 만들고 투자받고 스톡옵션을 설계하고 지분을 이전하고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은 여전히 국가별로 쪼개져 있다. EU–INC는 유럽 스타트업이 설립, 지분 이전, 스톡옵션, 투자유치, 거버넌스 전 단계에서 파편화에 직면한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많은 창업자들이 선호 때문이 아니라 투자자와 은행이 이해하기 쉬운 단일 표준을 찾아 델라웨어나 영국 구조를 택한다고 설명한다.

즉 EU Inc는 회사법 개혁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경쟁력 개혁이다.

스타트업 법인은 단순한 서류가 아니다. 투자자가 위험을 판단하는 기준이고, 직원에게 지분을 약속하는 계약 틀이며, 은행이 계좌를 열어주는 신뢰 인프라이고, 인수합병자가 회사를 이해하는 공통 언어다. 이 언어가 국가마다 다르면 유럽 스타트업은 시작부터 비용을 안고 출발한다.

반대로 하나의 표준이 생기면 상황은 달라진다.

폴란드 스타트업이 프랑스 벤처캐피털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받을 때, 낯선 폴란드 법인 형태를 설명하느라 시간을 쓰거나 델라웨어 C-Corp로 법적 중력을 옮길 필요가 줄어든다. EU–INC는 모든 회원국에서 인정되는 EU Inc가 창업자, VC, 인수자에게 모두 이해 가능한 공동 구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설계다.

EU–INC 포지션페이퍼는 “제안은 작동할 수 있다. 단, 제대로 이행될 때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권고 입장은 EU Inc를 경쟁력 개혁으로 지지하되, 그것이 27개 서로 다른 국가 제도 위에 붙는 상징적 라벨이 아니라 진짜 유럽 표준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EU–INC가 제시한 비협상 조건은 다섯 가지다.

첫째, 등록사무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특정 혁신기업이나 특정 업종으로 제한하지 않고 모든 기업에 넓게 열려야 한다.
셋째, 중앙화된 디지털 우선 EU 등록부가 필요하다.
넷째, 공통 EU 직원 스톡옵션 제도가 필요하다.
다섯째, 노동법과 세금은 서류상 등록지가 아니라 실제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곳을 따라야 한다.

이 다섯 가지는 서로 연결돼 있다.

등록사무소 자유가 없다면 EU Inc는 창업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적용 범위가 좁으면 국제 투자자가 이해하는 표준이 되기 어렵다. 중앙 등록부가 없으면 은행과 투자자의 실사 부담이 줄지 않는다. 공통 스톡옵션이 없으면 인재 경쟁에서 미국과 영국에 밀린다. 노동과 세금이 실제 활동을 따르지 않으면 각국은 EU Inc를 조세회피나 사회적 의무 회피 수단으로 의심하게 된다.

이 가운데 현재 가장 뜨거운 쟁점은 중앙 등록부와 스톡옵션이다.

EU–INC의 링크드인 게시물은 현재 초안에서 중앙 등록부가 제거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말하는 중앙 등록부는 모든 EU Inc에 하나의 등록, 하나의 로그인, 하나의 정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다. 이것이 없으면 하나의 회사가 여전히 27개 국가별 로그인과 절차를 상대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지션페이퍼도 같은 문제를 강하게 지적한다.

EU–INC는 유럽 중앙 등록부가 투자자, 채권자, 은행, 공공기관에 신뢰할 수 있는 표준화된 회사 정보를 제공하고, KYC와 실소유자 확인 과정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는 핵심 인프라라고 본다. 단순히 27개 국가 등록 시스템을 연결하는 BRIS 인터페이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왜 등록부가 이렇게 중요한가.

델라웨어의 힘은 세금만이 아니다. 포지션페이퍼는 델라웨어에 190만 개 이상의 기업이 등록돼 있고, 포춘 500대 기업의 65% 이상과 미국·유럽 벤처투자 스타트업 다수가 델라웨어에 법인을 둔다고 설명한다. 이유는 하나의 등록부, 하나의 신고 시스템, 하나의 표준이 전 세계 투자자와 변호사, 은행에게 인식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당일에, 표준화된 방식으로 법인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델라웨어의 중력을 만든다.

EU Inc가 델라웨어와 경쟁하려면 같은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신뢰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27개 국가 등록부를 느슨하게 연결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데이터 품질은 어느 국가 등록부가 보유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각국 시스템은 서로 다른 속도로 낙후되거나 변경될 수 있다. EU–INC는 하나의 등록부가 데이터 품질의 단일 기준을 만들고, 창업자·투자자·채권자·공공기관이 같은 정보를 볼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 계좌 개설 문제도 크다.

국경을 넘는 스타트업은 계좌 개설에서 상당한 지연을 겪는다. 국가마다 KYC와 UBO 확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EU–INC는 조화된 KYC와 UBO 기준을 충족하는 단일 EU 등록부가 금융기관과 채권자에게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하면, “하나의 설립, 하나의 기록, 하나의 표준”이 27개 회원국 전체에서 신뢰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은 단순 편의 문제가 아니다.

스타트업에게 시간은 자본이다. 법인 설립과 계좌 개설, 투자 문서 검토, 지분 구조 설명에 몇 달이 걸리면 창업자는 제품과 고객이 아니라 행정에 에너지를 쓴다. 투자자는 낯선 법 체계를 이해하느라 거래 비용을 부담한다. 결국 유럽 내부의 복잡성은 유럽 바깥의 표준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두 번째 핵심 쟁점은 스톡옵션이다.

EU–INC는 유럽 스타트업이 인재 경쟁에서 겪는 가장 구체적인 불리함 중 하나가 직원 지분 보상이라고 본다. 포지션페이퍼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직원 스톡옵션이 부여, 베스팅, 행사 시점에 과세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직원이 현금을 실제로 얻기 전에 세금 부담이 발생한다는 문제를 낳는다. EU–INC는 주식을 실제로 처분해 현금 가치가 실현될 때 과세해야 하며, 부여 시점의 행사가격에 대해 사후 재평가를 막는 세이프하버 규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스타트업에게 스톡옵션은 현금 부족을 보완하는 핵심 도구다.

대기업은 높은 급여를 줄 수 있다. 미국 빅테크는 막대한 보상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은 미래 성장의 일부를 나누겠다는 약속으로 인재를 설득한다. 그런데 직원이 아직 주식을 팔아 돈을 벌지도 않았는데 세금을 내야 한다면, 스톡옵션은 인센티브가 아니라 위험이 된다.

EU–INC가 제시한 사례는 이 문제를 잘 보여준다.

파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Marie가 보상의 일부로 주식옵션을 받는다고 하자. 많은 국가 체제에서는 옵션 행사 시점에 행사가격과 현재 가치의 차이를 종이 이익으로 보고 과세할 수 있다. 또한 세무당국이 나중에 행사가격이 너무 낮게 설정됐다고 판단해 그 차이를 급여로 재분류할 수도 있다. EU–ESO는 처분 시점까지 과세를 유예하고, 세이프하버 평가 규칙으로 부여 시점 가격을 확정해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구상이다.

이 문제는 유럽의 AI·딥테크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AI, 반도체, 로보틱스, 바이오, 우주, 에너지 전환 분야 스타트업은 고급 인재 확보가 전쟁이다. 인재는 국경을 넘고, 자본은 더 빠르게 움직인다. 유럽 스타트업이 스톡옵션을 통해 인재에게 매력적인 상승 가능성을 제공하지 못하면, 우수 인력은 미국 빅테크나 런던·실리콘밸리 기반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

EU Inc 논쟁이 회사법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이것은 창업자가 어디에 법인을 세울 것인가의 문제이면서, 유럽이 어디에 인재와 자본을 붙잡아둘 것인가의 문제다. 지식재산과 거버넌스가 유럽 안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초기부터 델라웨어와 영국으로 이동할 것인가의 문제다.

다만 EU Inc에는 반대 논리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forum shopping이다. 기업이 규제가 느슨한 국가를 등록사무소로 선택하고, 실제 활동은 다른 국가에서 하면서 노동·세금·사회적 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EU–INC는 이에 대해 답을 제시한다. 등록사무소 선택은 회사법의 문제이고, 노동·세금·라이선스 의무는 실제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곳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포지션페이퍼는 이 구분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EU Inc는 회사를 실제로 옮기라는 제도가 아니다. 직원은 그대로 있고, 세금과 노동 의무도 그대로 실제 활동지에 남는다. 바뀌는 것은 법적 수단, 즉 투자자와 창업자가 이해하는 회사 형태다.

이 논리는 균형을 노린다.

창업자에게는 법인 등록지 선택의 자유를 준다.
회원국에는 실제 활동에 대한 세금과 노동법 집행 권한을 보장한다.
투자자에게는 단일 표준의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
직원에게는 현지 노동 보호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준다.

EU–INC는 독일 뮌헨에서 일하는 Anna의 사례도 든다. 고용주가 소피아에 등록된 EU Inc가 되더라도 Anna의 독일 고용 보호는 사라지지 않는다. 또 에스토니아에 등록된 EU Inc가 사실상 독일에서 관리된다면 기존 규칙에 따라 독일 세법상 거주자로 판단될 수 있다.

즉 EU Inc는 조세회피 차량이 아니라 회사법 단순화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 지점에서 등록사무소 자유와 비차별 원칙이 중요해진다.

EU–INC는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에 등록된 EU Inc를 현지 법인보다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직접 차별은 인정을 거부하거나 현지 법인 설립을 강제하거나 현지 인가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간접 차별은 추가 보고 의무, 현지 대표자 요구, 제한적 라이선스 조건, 은행계좌 제한 같은 행정 부담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현실적인 문제다.

제도상으로는 EU Inc를 인정한다고 해도, 각국이 은행 계좌, 인허가, 보조금, 보고 의무, 공공지원 조건에서 현지 등록 법인을 우대하면 단일 표준은 작동하지 않는다. EU–INC는 공공지원은 일자리, R&D, 투자, 현지 운영 같은 실제 경제활동에 연동될 수 있지만, 현지 등록을 강제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노동자 경영참여, 즉 codetermination도 민감한 쟁점이다.

유럽 일부 국가는 노동자가 회사 감독기구에 참여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EU Inc가 이런 의무를 회피하는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있다. EU–INC는 두 가지가 동시에 참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U Inc가 기존의 의무적 노동자 참여 규칙을 우회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되며, 동시에 노동자 참여 제도가 등록사무소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로 쓰여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EU Inc의 정치적 난도를 보여준다.

유럽은 단일시장을 원한다.
하지만 각국은 노동·세금·사회보장 모델을 지키려 한다.
스타트업은 단순한 법인 구조를 원한다.
노동계와 회원국은 권리 회피를 우려한다.
투자자는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
정치권은 국가별 주권과 유럽 차원의 표준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EU Inc가 성공하려면 이 긴장을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

EU–INC가 규정, 즉 Regulation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지침, 즉 Directive로 가면 27개국이 서로 다른 방식과 일정으로 이행해 또 다른 파편화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 법적 중력은 가장 매력적으로 이행한 한두 국가로 쏠리고, 대부분 회원국은 형식적으로만 갖춘 제도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Article 114 TFEU에 근거한 Regulation은 직접 적용되고, 전환 공백이 없어 진짜 범유럽 표준과 중앙 등록부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EU Inc의 운명이 갈린다.

이름은 EU Inc인데 실제로는 27개 버전이 생긴다면 창업자와 투자자에게 큰 의미가 없다. 은행은 여전히 국가별 확인을 요구하고, 투자자는 여전히 현지 법률 검토를 해야 하며, 창업자는 여전히 국경을 넘을 때마다 다른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 유럽은 다시 델라웨어와 영국의 중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반대로 하나의 중앙 등록부와 단일 법인 표준이 생긴다면 유럽은 다른 경로를 만들 수 있다.

유럽 안에서 법인을 세우고, 유럽 안에 지식재산과 거버넌스를 남기고, 유럽 투자자가 이해하는 구조로 성장하고, 필요하면 27개국에서 같은 신뢰를 얻는 방식이다. 이는 단지 스타트업 행정 간소화가 아니라 유럽 자본시장과 혁신 생태계의 인프라 개혁이다.

EU–INC가 “One Europe, One Standard”를 반복하는 이유다.

단일시장은 상품과 서비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 자체가 단일시장 안에서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 창업자가 독일에서 개발하고, 프랑스에서 투자받고, 폴란드에서 인력을 채용하고, 스페인에서 고객을 확보하는 시대라면, 회사 형태도 국경을 넘어 작동해야 한다.

EU Inc 논쟁은 유럽의 구조적 콤플렉스를 건드린다.

유럽에는 인재가 있다.
연구기관도 있다.
딥테크 기술도 있다.
큰 시장도 있다.
하지만 스케일업을 위한 법적·금융적 표준은 약하다.

그래서 창업자는 제품은 유럽에서 만들고, 법인은 델라웨어에 세우는 선택을 한다. 투자자는 유럽 기술에 투자하면서도 법적 구조는 미국식 표준을 선호한다. 결과적으로 유럽의 혁신과 자본, 지식재산 일부가 외부 법질서로 이동한다.

EU Inc는 이 흐름을 되돌리려는 시도다.

물론 EU Inc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유럽 스타트업의 과제는 더 크다. 벤처자본 규모, 상장시장 유동성, 인수합병 시장, 규제 속도, 인재 이동성,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 조세 체계, 노동시장 경직성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법인 표준은 출발점이다.

회사를 세우는 일이 복잡하면 투자도 복잡해진다.
지분 구조가 낯설면 인수도 어려워진다.
스톡옵션이 불리하면 인재 확보가 어려워진다.
등록부가 분산되면 은행과 투자자 실사가 늦어진다.
각국이 다르게 해석하면 단일시장은 체감되지 않는다.

EU–INC의 100일 캠페인은 이 출발점을 놓치지 말자는 정치적 압박이다.

링크드인 게시물에서 이들은 앞으로 100일 동안 창업자, 투자자, 운영자들이 정책결정자에게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을 공개서한 공동서명으로 보고, 각자 자신의 글을 써서 EU Inc가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 유럽이 잘못 설계할 경우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지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캠페인은 디지털 시대의 정책 로비 방식도 보여준다.

과거 로비는 회의실과 보고서 중심이었다. 이제는 링크드인 댓글, 공개서한, 창업자 네트워크, 투자자 커뮤니티가 정치적 압박의 도구가 된다. EU–INC는 4만 명이 넘는 유니콘 창업자와 유럽 주요 투자자들이 사전 서명했다고 밝히며, 정책결정자에게 생태계의 집단적 요구를 보여주려 한다.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창업자들은 준비돼 있다.
투자자들도 준비돼 있다.
이제 유럽 정치가 쓸모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이 논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있다.

한국 스타트업 역시 글로벌 투자와 법인 구조 문제를 겪는다. 해외 투자자가 익숙한 법적 구조를 요구하거나, 글로벌 확장을 위해 싱가포르·미국 법인 설립을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창업자가 어디에서 회사를 세우느냐는 단순 주소 문제가 아니다. 투자 유치, 세금, 지배구조, 스톡옵션, 인수합병, 상장 경로와 연결된다.

EU Inc 논쟁은 한국에도 질문을 던진다.

국내 법인 제도는 글로벌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가.
스톡옵션 제도는 스타트업 인재 경쟁에 충분히 유리한가.
창업과 지분 이전, 투자계약, 주주권 보호가 빠르고 예측 가능한가.
스타트업이 한국에 지식재산과 본사를 남기도록 할 법적 유인이 있는가.
해외 법인 설립이 선호되는 이유를 단순 애국심으로만 볼 것인가.

유럽이 델라웨어의 중력을 고민한다면, 한국도 싱가포르와 델라웨어, 영국 구조의 중력을 고민해야 한다.

스타트업 정책은 보조금만으로 되지 않는다. 법인 제도, 투자 표준, 스톡옵션 과세, 디지털 등록 인프라, 은행 실사 체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창업자가 회사를 만드는 첫날부터 글로벌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지 못하면, 혁신기업은 법적 주소부터 해외로 향할 수 있다.

EU Inc의 성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중앙 등록부가 빠진다면 제도는 약해질 수 있다. 스톡옵션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 인재 경쟁력은 제한될 수 있다. 등록사무소 자유가 축소되면 창업자의 선택권은 줄어든다. Regulation이 아니라 Directive로 갈 경우, 유럽은 다시 27개 버전의 제도 속으로 돌아갈 수 있다.

EU–INC가 “마지막 기회”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유럽은 이미 단일시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체감하는 단일 법인 인프라는 부족하다. 이번에 EU Inc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 유럽은 또다시 상징적 통합과 실제 파편화 사이의 간극을 확인하게 될 수 있다.

결국 EU Inc 논쟁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유럽은 스타트업에게 하나의 시장처럼 보이고 싶은가, 아니면 27개의 행정 절차처럼 보이고 싶은가.

델라웨어가 강한 이유는 단순히 미국이라서가 아니다. 세계가 이해하는 하나의 법적 언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EU Inc가 성공하려면 유럽도 하나의 언어를 제공해야 한다.

하나의 등록.
하나의 표준.
하나의 신뢰 인프라.
그러나 노동과 세금은 실제 활동을 따르는 원칙.

이 균형을 만들 수 있다면 EU Inc는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만들지 못한다면 EU Inc는 이름만 유럽이고 실제로는 또 다른 27개 제도가 될 것이다.

EU–INC의 100일 캠페인은 바로 그 갈림길에서 시작됐다.

유럽 창업자들은 이제 묻고 있다.

하나의 유럽인가.
아니면 또 다른 파편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