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원전 계약이 불러온 파장...'AI·비트코인 채굴 전력 경쟁'

이정민 기자

dave126999@gmail.com | 2025-06-13 11:00:00

Meta, 미국 원전 전력 20년치 계약
전력이 AI와 블록체인의 ‘공통 전쟁터’가 되다

Meta가 AI 용도로 미국의 한 원자력 발전소와 20년간 1.1GW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순히 대형 테크기업의 인프라 투자 소식에 그치지 않고, 동력원을 두고 경쟁하는 AI 워크로드와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 간의 상호영향을 부각시켰다.

AI와 블록체인을 운용하는 두 산업이 ‘전력 확보’라는 공통의 과제를 만나면서 에너지 시장 전반의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메타의 원전 계약: AI 클라우드 인프라의 대변혁
Met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이미 전체 에너지 수요의 1~2%를 차지하며, AI 워크로드 증가로 2030년에는 최대 21%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전력 소비의 중심에 서 있다. 생성형 AI 모델 학습을 위한 GPU 서버 랙은 하나당 40~60kW, 고성능 랙은 최대 92kW 이상을 소모하며, 수백 대에서 수천 대 규모로 24시간 가동돼야 한다. 이 같은 전력 수급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Meta는 일리노이주 Clinton Clean Energy Center 원자력 발전소와 2027년부터 20년간 연간 최대 1.1GW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장기 계약은 전력 도매가격 변동 리스크를 완화하고, 계획 발전량 기반 탄소 제로 목표를 가속화함으로써 AI 서비스 총소유비용(TCO)을 낮추고, 나아가 에너지 시장에서의 전략적 협상력을 높이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트코인 채굴주의 즉각적 반응
Meta의 20년·1.1GW 장기 전력 계약 소식은 비트코인 채굴주에도 즉각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Riot Platforms와 Marathon Digital Holdings 등 주요 채굴업체들은 장중 주가가 크게 반등해 마감 무렵까지 상승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반응은 투자자들이 장기·대용량 전력 구매 모델이 채굴업체들의 전력 확보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트코인 채굴 운영비 중 전력비가 전체의 60~70%를 차지한다는 분석이 있을 만큼, 전력 단가 변동은 채굴 수익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업계 전문가들은 Meta의 원전 계약이 제시한 장기 전력 확보 프레임워크가 채굴업체들에게도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채굴사들은 전력 시장에서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발전소 인근 직접 투자 또는 수십 년 단위의 전력 구매 계약을 모색하며 ‘전력 장악력(power control)’ 확보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채굴업체의 전략적 다각화: AI 사업 진출 가속
전력 확보의 중요성을 목도한 주요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AI 워크로드 유치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CoreWeave(CRWV)는 3월 IPO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동안, AI 전용 GPU 클라우드 사업부를 공식 출범하며 AI 연산 서비스 제공자로 전환을 가속화했다. Riot Platforms는 텍사스 Corsicana 지역에 위치한 600MW 발전소 인근 부지에 AI 및 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 구축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채굴과 AI 연산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하이브리드 연산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채굴사들이 단순 비트코인 채굴을 넘어 연산 인프라 제공자(compute-as-a-service)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시장과 전력망 안정성: 거시적 파급효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 내 비트코인 채굴 전력 소비가 연간 최대 2.3%에 달해 전력망 피크 타임 과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전력공급업체는 단기 도매 계약 중심으로 발전 설비를 운영해 왔지만, Meta와 같은 대형 수요자가 20년 장기 PPA(전력구매계약)를 체결할 경우 도매시장 가격 신호가 왜곡될 수 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의 장기 PPA 체결이 35% 이상 증가하며 재생에너지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유발하고 있어, 공급사들의 전력 수급 균형 메커니즘과 REC 확보 전략에도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정부와 규제기관은 전력거래소의 시장설계 재검토, 배출권거래제(ETS) 상한 조정, 전력피크 관리 제도 개편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전력망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전력 장악력이 여는 디지털 인프라 혁명

Meta의 20년·1.1GW 원전 전력 계약은 AI 인프라와 블록체인 채굴이라는 얼핏 별개로 보이던 두 시장을 전력 확보라는 공통 과제 아래 하나로 묶어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수천 대의 GPU가 24시간 가동되듯, 비트코인 채굴도 전력 단가에 민감한 연산 집약 산업이다. Meta가 장기 PPA를 통해 전력 가격 변동 리스크를 완화하고 탄소 제로 목표를 가시화한 모델은 채굴사들의 가격 협상력 강화와 운영 안정성 확보 전략으로 즉각 채택됐다. CoreWeave의 AI 클라우드 사업 진출과 Riot Platforms의 하이브리드 데이터센터 구상처럼 채굴업체들은 단순 채굴에서 연산 인프라 제공자로 거듭나며 전력 장악력 경쟁을 새로운 수익 다각화의 축으로 삼고 있다.

이제 AI·채굴·재생에너지·원자력을 아우르는 복합적 에너지 생태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전력시장 설계와 규제 체계도 전환점을 맞이해야 한다. 장기 PPA 확대가 도매시장 가격 신호를 왜곡하고 전력망 과부하를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규제기관은 전력거래소 구조 개편, ETS 상한 조정, 피크 수요 관리 제도 강화 등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력망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산업계와 금융권은 전력 계약의 투명성·ESG 인증을 엄격히 검증하고, 지역사회 수용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기술 경쟁력과 사회적 책임을 조화롭게 실현해야 할 것이다.

AI와 블록체인의 융합은 기술적 혁신을 넘어 에너지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 새로운 경쟁 구도에서 누가 ‘전력 장악력’을 확보하느냐가 디지털 인프라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