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컴퓨텍스 2025에서 본 생존 조건, "메타버스와 웹3 기업에 묻다"
X 기자
metax@metax.kr | 2025-05-21 09:00:00
우리는 어느 AI·블록체인 생태계에 정렬돼 있는가?
우리의 플랫폼은 글로벌 표준과 호환 가능한가?
기술 독립성을 이유로 연결을 거부하고 있진 않은가?
DAO, NFT, DID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가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대만 타이베이=X] 5월 20일 오전 9시(현지 시각), 타이베이 COMPUTEX 2025 제1전시관 4층.
엘리베이터가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길게 늘어선 대기줄이었다. 전시 시작 전부터 밀려든 관람객들 덕분에 입장 동선은 금세 혼잡해졌고, 그 줄의 길이만큼이나 COMPUTEX의 위상이 실감났다.
가방을 멘 해외 개발자들, 번역된 리플릿을 손에 쥔 바이어들, 목에 COMPUTEX 2025 출입증을 건 채 부스 담당자와 진지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이들. 이곳은 단순한 기술 전시장이 아니라, 전 세계 산업의 축이 모이는 하나의 생태계 교차점이었다.
기술은 더 이상 기능을 설명하는 전시물이 아니었다. 무엇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누구와 연결되었는지가 중심에 놓이는 시대. 기술 전시는 곧 사업 전략의 지도이자, 생존을 설계하는 선언문으로 바뀌고 있었다.
“타이베이에 NVIDIA의 신사옥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을 세우겠습니다.”
이번 컴퓨텍스에서 NVIDIA CEO 젠슨 황은 단순한 제품 발표를 넘어, ‘AI 팩토리 시대’를 선언했다.
Grace Blackwell 슈퍼칩, NVLink Fusion, Isaac Groot 로봇 플랫폼이 발표된 그 자리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한 문장을 덧붙였다.
‘콘스텔레이션(별자리)’라는 이름에서 이미 그 의도는 분명했다.
NVIDIA는 이제 기술 공급망, R&D, 제조와 생산을 넘어 정치·경제·학문·산업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기술 외교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중앙에 있는 것이 바로 대만이었다.
이번 젠슨 황의 기조연설 이후 질문이 바뀌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다.
컴퓨텍스 2025에 참가한 1,400여 개 기업이 마주한 질문은 놀랍도록 단순했다.
“우리는 엔비디아와 연결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곧 다른 질문으로 치환됐다.
“우리는 어떤 생태계에 정렬되어 있는가?”다.
이것은 메타버스와 웹3 기업이 절실히 물어야 할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단독 플랫폼, 독립 메인넷, 독자 토큰 이코노미...
이제는 ‘기술을 갖고 있느냐’보다 그 기술이 누구와 호환 가능한가, 누구의 질서에 포함되는가가 시장 진입의 기준이 돼서다.
웹3도 메타버스도 더 이상 혼자 갈 수 없다
전시장을 걸으며 느낀 것은 단 하나였다. 기술이 아니라 연결이 경쟁력이라는 사실. 퀄컴조차 엔비디아 아키텍처에 정렬했고, 대만의 기술 대기업—폭스콘, TSMC, 에이수스, 기가바이트—모두가 ‘호환’을 선택했다. 이제 AI 생태계에서는 단독 기술의 우수성은 생존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
이건 단지 하드웨어의 문제만은 아니다. 메타버스 기업들도 다시 물어야 한다.
"우리의 월드는 어느 AI 연산망 위에 구축되는가?"
"NFT 기반 자산은 어느 블록체인 생태계에 연결돼 있는가?"
"유저의 움직임과 감정은 어떤 알고리즘과 API를 통해 해석되고 있는가?"
생태계라는 별자리 위에 설 수 없다면, 우리는 그저 조각난 은하계 속 떠다니는 부유물일 뿐이다
COMPUTEX 2025는 그 점을 아주 명확히 보여줬다. Grace Blackwell은 연산을 담당하고, NVLink Fusion은 연결을, Isaac Groot는 현장에서의 실행을 맡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와 사용자, 국가와 기업이 하나의 '기술 별자리(Constellation)'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중요한 건 스펙이 아니라 호환성, 성능이 아니라 관계의 정렬성, 기술의 깊이보다 생태계 내 위치다.
메타버스와 웹3,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
젠슨 황의 말은 곧 메타버스와 웹3 업계에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어느 생태계의 일부인가?”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어디와 나란히 서 있는가?”
“우리의 프로토콜과 콘텐츠는, 연결 가능한가?”
“우리의 지갑, 우리의 DID, 우리의 가상공간은 누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는가?”
기술이 시대를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시대는 반드시 연결된 기술을 선택한다.
혼자 설계한 가상세계는 외면당하고, 함께 설계한 생태계는 성장한다.
COMPUTEX 2025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말하고 있었다.
“기술은 혼자 만들 수 있어도, 시대는 혼자 설계할 수 없다.”
컴퓨텍스 2025의 현장은 기대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메타버스와 웹3 기업에게 전하는 진짜 경고음이자, 희망의 지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을 보는 기업이 아니라, 별자리를 읽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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