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치 전략가이자 전 총리실(팔라초 키지) 보좌관 프란체스코 니코데모(Francesco Nicodemo)가 10개월간 침묵을 깨고, 국가 감시용 스파이웨어로 사찰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6일 자신의 링크드인(LinkedIn) 계정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국가의 정교한 감시 도구가 한 개인을 불법적으로 감시하는 데 사용됐다”며 충격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나는 마약상도, 국가에 위협이 되는 인물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고 복잡한 감시 도구가 한 개인을 엿보는 데 쓰일 수 있는가? 왜 하필 나였는가?”
니코데모는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지난 10개월간 이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정부기관과 보안 구조를 존중하는 한 시민으로서, 정치적 선동의 소재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침묵을 깰 때가 왔다”며, 사생활 침해와 정치적 악용 가능성에 대한 공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정치 선전의 도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니코데모는 이탈리아 민주당 출신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최근까지 여러 선거 캠페인 자문을 맡아온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스파이웨어 공격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공공기관에서 일한 사람으로서, 국가 보안 체계에 대한 깊은 존중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침묵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법치주의와 시민의 권리에 관한 문제다.”
‘페가수스’ 혹은 이탈리아판 감시도구?
이탈리아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NSO 그룹의 ‘페가수스(Pegasus)’ 혹은 유럽 내 유사 감시 도구 사용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초 유럽의회는 그리스, 스페인, 폴란드, 헝가리 등이 자국 정치인·언론인 감시에 감시형 스파이웨어를 사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니코데모는 구체적인 기술명이나 수단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도구”라는 표현을 사용해, 국가 차원의 기술적 감시 체계가 개입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의 글을 “이 사건에 대해 내가 공개적으로 말할 마지막 발언”이라며 마무리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말해야 한다. 누가, 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더 이상 인터뷰나 노출을 피할 것이다. 진실은 수사 기관이 밝혀야 한다.”
코데모는 해당 사건의 경위와 배경이 곧 출간되는 언론인 프란체스코 칸첼라토(Francesco Cancellato)의 신간에 일부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주의 국가의 ‘감시 스캔들’ 다시 불붙을까?'
이번 폭로는 유럽 내에서 정부의 스파이웨어 남용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예고한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전 정부 고위 인사가 감시 피해를 주장한 것은 처음으로, 향후 정치권과 사법기관의 국가정보 활용 감시체계 전반에 대한 조사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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