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ge-Language Models as a Cognitive Virus(2026)
Ricard Solé, Giulio Ruffini, Francesca Castaldo, Marco Tuccio, Luis F. Seoane, Manlio de Domenico, Santiago F. Elena, David C. Krakauer, Michael Levin
arXiv:2609.03344v1

Ricard Solé 등은 「Large-Language Models as a Cognitive Virus」에서 LLM의 확산을 전염병의 언어로 번역한다. 저자들이 추적하는 대상은 특정 모델이나 생성된 텍스트가 아니라 LLM을 사용하는 방식이 사람, 학교, 직장, 플랫폼을 거쳐 복제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인지 방식까지 바꾸는 피드백 구조다. 사람들은 주변 사람의 사용법을 보고 따라 하고, 조직은 성공한 활용법을 표준 업무로 채택하며, 그렇게 형성된 환경이 다시 다음 사용자를 끌어들인다.

이 관점은 언어, 밈, 컴퓨터 바이러스,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의 계보를 하나로 묶는다. 책과 글쓰기가 기억과 추론을 두뇌 밖으로 확장했던 것처럼 LLM도 외부 인지 장치가 된다. 차이는 LLM이 정보를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장을 만들고, 판단을 제안하고, 요약하고, 평가까지 수행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인간과 외부 도구 사이의 경계에서 수행되던 인지 작업의 더 큰 부분이 기계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논문리뷰]LLM은 어떻게 ‘인지 바이러스’가 되는가
그림 1. LLM 전파 생태계에서의 인구 수준 호스트 상태 모델.

중요한 것은 ‘사용 여부’보다 사용 후 무엇이 남는가

논문은 사람을 세 상태로 나눈다. U(Uncoupled)는 LLM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상태, C(Coupled)는 LLM을 사용하면서도 읽기·쓰기·추론·검증 능력을 유지하는 상태, D(Dependent)는 이러한 작업을 LLM에 지속적으로 대체시키는 상태다. 특히 C와 D의 구분이 논문의 중심축이다.
저자들은 이를 scaffolding과 substitution으로 설명한다. 사용자가 AI의 답을 검토하고 다시 구성하며 자신의 판단을 만드는 경우 AI는 발판으로 작동한다. 반대로 요약, 평가, 구성, 판단 자체를 계속 넘기면 해당 인지 작업을 수행할 기회가 사라진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 인지 능력의 기준은 AI와 함께 있을 때 얼마나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지가 아니라 AI를 제거한 뒤에도 인간에게 무엇이 남아 있는가다.

점진적으로 쓰다가 어느 순간 집단 전체가 뛰어넘는다

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LLM 사용량이 조금씩 증가한다고 해서 사회도 조금씩 변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모델에서 LLM 사용의 사회적 확산 압력 λ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U 상태가 갑자기 무너지고 C와 D가 증가한다. 그림 2와 3에서는 두 개의 안정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구간이 나타난다. 한쪽에는 높은 인지 자율성이 있고 다른 쪽에는 강한 인지 외주화가 있다. 어느 쪽에 머무는지는 현재 조건뿐 아니라 그 사회가 어떤 경로를 거쳐왔는지에 달려 있다.

여기서 기술적 lock-in이 발생한다. 의존 상태로 넘어가기 전에는 λ를 어느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것으로 전환을 막을 수 있지만, 이미 넘어간 뒤에는 같은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만으로 원래 상태가 복구되지 않는다. 더 큰 폭으로 LLM 의존 압력을 낮춰야 한다. 자동차 바퀴가 작은 언덕을 넘어 다른 골짜기로 들어간 뒤에는 언덕 이전 위치까지 도로를 되돌리는 것만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구조다. 논문은 이를 hysteresis, 즉 이력 의존성으로 설명한다.

논문의 그래프에서 평균 인지 능력은 임계점을 지나며 1에서 약 0.425까지 떨어진다. 다만 이 수치는 실제 사람을 측정한 결과가 아니다. 저자들이 U=1, C=0.5, D=0.1이라는 인지 능력 값을 넣어 보여준 이론적 시뮬레이션이다. 핵심은 0.425라는 숫자보다, 특정 조건에서 연속적인 기술 확산이 불연속적인 인지 변화로 변환될 수 있다는 구조에 있다.

‘인지 면역’의 핵심은 AI 금지가 아니라 되돌아올 길을 남기는 것이다

논문이 제안하는 cognitive immunization도 흥미롭다. 목표는 LLM 사용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의존 상태로 들어갈 확률을 낮추고, 들어간 뒤에도 빠져나올 경로를 유지하는 것이다. 혼자 수행하는 과제, AI 없는 연습, 검증 절차, 비AI 정보원, 스스로 먼저 생각한 뒤 AI를 사용하는 작업 설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높은 AI 사용률과 높은 인지 자율성이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을 모델 안에 남겨둔 셈이다.

특히 의외의 결과가 하나 있다. 자율적 사고를 장려하는 집단 규범 κ가 강해지면 처음에는 AI 의존으로 넘어가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일단 자율적인 사람이 줄어들면 오히려 원상 복귀가 더 어려워지는 hysteresis 구간도 넓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저자들은 집단 규범만 강화하는 대신 개인이 언제든 비의존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통로 ρ를 함께 키워야 한다고 본다.

표 1이 보여주는 개입 전략의 지도

[논문리뷰]LLM은 어떻게 ‘인지 바이러스’가 되는가
표1. 인지적 면역화 전략의 정성적 효과

논문의 표 1은 이를 다섯 개 변수의 조절 문제로 압축한다. λ를 낮추면 의존적 사용 방식의 사회적 전파를 줄이고, ρ를 높이면 사람들이 다시 비AI 작업으로 돌아갈 경로가 늘어난다. κ는 독립적 사고를 지지하는 학교·직장·동료 규범의 힘이다. µ를 낮추면 일반 사용 C가 의존 D로 넘어가는 속도가 줄고, σ를 높이면 이미 D에 들어간 사용자가 C로 복귀하기 쉬워진다. 중요한 구분은 λ·ρ·κ가 사회 전체의 임계점 구조를 바꾸는 변수인 반면, µ·σ는 AI 사용 자체를 없애지 않고도 의존자의 비율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논문이 던지는 가장 생산적인 질문도 여기서 나온다. 앞으로 AI 활용을 평가할 때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보다 어떤 인지 활동을 넘겼는가, AI가 사라졌을 때 그 일을 다시 수행할 수 있는가, 그리고 사회 안에 되돌아갈 경로가 남아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LLM 시대의 인지 문제를 개인의 습관이나 의지로만 설명하지 않고 학교, 직장, 플랫폼, 동료 집단이 함께 만드는 집단 동역학의 문제로 옮겨놓았다는 점이 이 논문의 가장 날카로운 통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