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계통 압력시험 중 비정상 반응 발생
추진제·엔진 없는 초기 단계 시험이었지만,
반복되는 지상시험 사고가 던지는 구조적 질문
미국 스페이스X(SpaceX)의 차세대 발사체 ‘부스터 18(Booster 18)’이 지상 시험 과정에서 또 한 번의 이상(anomaly)을 겪으며, 스타십(Starship) 개발 프로그램의 안전성과 시험 절차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사고가 가스 시스템 압력시험(gas system pressure testing) 중 발생한 것으로, 추진제(propellant)가 주입되지 않았고 엔진 또한 장착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시험 절차에 따라 안전 반경을 유지해 작업 인력은 즉각 대피했다.

스페이스X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자 즉시 현장 접근을 통제하고, “원인 분석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구조시험(structural proof testing) 등 후속 시험 일정을 보류했다. 회사는 “현장은 안전하게 비워졌으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재진입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표면적으로는 “초기 단계 압력시험 중 발생한 제한적 이상”이지만, 우주산업 전문가들은 연료가 없는 상태에서도 발생했다는 점, 압력계통 관련 이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 스타십 프로그램의 빠른 시험–수정–재시험 방식이 사고 노출을 키운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가스계통 압력시험은 발사체 개발의 가장 초기 절차 중 하나다. 탱크와 배관, 연결부가 설계 압력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단계로, 일반적으로 추진제를 넣기 전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테스트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기술적 시사점을 가진다.
- 구조적 결함 또는 압력제어 밸브·시스템의 미세한 오류 가능성
- 설계 변경 또는 생산 과정에서의 변수가 실험에 반영되었을 위험
- 스페이스X의 ‘빠른 제작–빈번한 시험’ 전략이 구조적 취약성을 다 노출시키는 결과일 수 있음
스타십은 그 크기(높이 121m)와 추진력 규모가 기존 발사체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압력비·열환경·재료 피로도의 모든 수치가 극단적으로 높다. 초기 시험 단계의 이상은 향후 연료 주입·엔진 시동·고속 비행 단계에서 훨씬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엔진이 장착되어 있지 않았고, 추진제도 주입되지 않은 상태”임을 특히 강조했다. 이는 이번 이상 현상이 폭발 위험으로 직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엔진이 장착되고 메탄·액체산소가 투입된 상태의 오작동은 순간적 폭발, 화재 확산, 주변 설비 및 인력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최소 위기 조건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었다”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즉, 고에너지 환경에서는 동일한 문제가 훨씬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스페이스X는 과거부터 “실패를 빠르게 경험하고, 그 실패에서 학습하는” 방식의 개발 구조를 고수해 왔다. 여러 차례의 스타십 프로토타입 폭발, 고고도 시험실패, 부스터 고정 장치 손상 등 사건은 모두 이 개발 방식의 일부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 방식은 개발 속도·혁신성·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크다. 그러나 동시에 지상 테스트의 사고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관건은 반복되는 시험 실패가 단순한 학습 과정인지, 구조적 설계 결함 또는 생산 품질 문제가 누적된 결과인지 좁혀지는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스타십은 단순한 스페이스X 프로젝트가 아니다. 지금은 글로벌 우주 산업 전체가 스타십 일정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어 있다.
- NASA의 달 착륙선(HLS) 프로그램
- 우주 화물·위성 발사 가격 구조 재편
-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 V3’ 배치 일정
- 초대형 위성군·우주 탐사선 수송 계획
즉, 스타십 개발의 단기 지연은 미국 NASA → 글로벌 민간 우주기업 → 위성 인터넷 시장 → 국가우주계획까지 파급되는 다층적 영향력을 갖는다.
지금의 사고는 중대한 사고는 아니지만, 반복적 이상은 “스타십 상용화 일정이 얼마나 유동적인가”라는 불확실성을 다시 부각시킨다.
이번 부스터 18 사고는 인명 피해 없이 제한적 상황에서 발생했지만, 스페이스X 개발 방식의 구조적 리스크를 상기시키는 사건이다. 추진제 없는 압력시험 단계에서조차 이상이 나타났다는 점은 향후 고위험 단계에서의 잠재적 변수를 더욱 면밀히 점검해야 함을 의미한다.
우주 산업은 지금 스타십을 둘러싼 ‘전 지구적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스페이스X의 한 번의 지연과 한 번의 이상이 곧 산업 전체의 불확실성으로 전이되는 시대에, 이번 사고는 우주 발사체 개발의 기술적·산업적 리스크를 다시 비추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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