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기술 일부를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특정 단위(IMOD)에 대한 제공을 중단했다. 이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민간인 대규모 감시에 자사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내려진 조치다.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부회장 겸 사장은 9월 25일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며, “우리는 국가가 아닌 기업이며, 원칙과 윤리에 따라 서비스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사건의 발단은 8월 6일 《가디언(The Guardian)》의 보도였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방군(IDF)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클라우드를 이용해 민간인 통화 내용을 포함한 대규모 데이터 파일을 저장하고 있었다. 해당 보도는 국제사회에서 즉각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보도 직후인 8월 15일 공식 성명을 내고 내부 조사를 개시했다.
회사는 두 가지 원칙을 내세웠다. 첫째, 자사 기술은 민간인 대규모 감시를 위해 제공하지 않는다. 둘째,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다.
이번 조사는 IMOD의 고객 콘텐츠에 접근하지 않고, 재무자료·내부 문서·커뮤니케이션 기록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 비즈니스 기록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브래드 스미스 사장은 이번 검토 과정에서 《가디언》의 일부 보도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네덜란드 데이터센터 기반 애저 스토리지와 특정 AI 서비스의 사용과 관련된 자료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IMOD의 특정 구독(subscription)과 서비스, 특히 클라우드 스토리지 및 AI 서비스 접근을 중단하기로 했다. 스미스는 “이는 이용 약관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며, 우리의 서비스가 민간인 감시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결정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스라엘 내 다른 활동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미스는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사이버 보안을 보호하는 활동은 지속된다”고 명확히 했다. 이는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 하에서 미국 기업들이 이스라엘 및 걸프 국가들과 맺은 협력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즉, 마이크로소프트는 ‘민간인 대규모 감시’라는 보편적 윤리 원칙과 ‘국가 안보 지원’이라는 현실적 역할을 분리해 관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곧 “어디까지가 감시이고, 어디까지가 안보인가”라는 경계선 문제를 제기한다.
스미스는 성명에서 《가디언》 보도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내부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정보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으며, 이는 조사를 진전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과 기업 간의 상호 긴장 관계 속에서도, 공적 감시 기능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고객 관계 조정’이 아닌, 기업 원칙을 시험하는 사례로 규정하고 있다. 스미스는 “모든 결정과 발언은 원칙과 윤리에 의해 가이드될 것이며, 이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각국 정부 및 군사기관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클라우드·AI 기술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이번 사건은 글로벌 빅테크가 기업의 윤리적 책임과 국제정치적 이해관계 사이에서 얼마나 취약한 균형 위에 서 있는지를 다시금 드러냈다.
앞으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사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그리고 이번 사건이 글로벌 클라우드 산업과 AI 거버넌스 논의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