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X(MetaX)] 2025년 12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시어터에서 열린 'The Game Awards 2025'에서 프랑스 스튜디오 Sandfall Interactive의 데뷔작 'Clair Obscur: Expedition 33(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이하' 33원정대')'가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GOTY)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총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9개 상을 거머쥐며, 12년 역사의 게임 어워즈 사상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20년 The Last of Us Part II가 세운 7관왕이었다.
특히 '33원정대'는 GOTY와 Best Indie Game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작품이자, 데뷔작으로 GOTY를 받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시상식 자체도 전 세계 1억 7,100만 회 이상의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시청 규모를 달성했다. 때문에 수상 결과와 흥행 지표 모두에서, 2025년 게임 어워즈는 산업적 변곡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수상 내역과 경쟁 구도
'33 원정대'는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을 포함해 Best Game Direction, Best Narrative, Best Art Direction, Best Score and Music, Best RPG, Best Independent Game, Best Debut Indie Game 등 핵심 부문을 휩쓸며 9관왕에 올랐다. 주인공 '마엘'을 연기한 Jennifer English 역시 Best Performance를 수상해, 작품의 시스템·연출뿐 아니라 연기와 캐릭터 표현 전반이 고르게 평가받았음을 보여줬다. 단일 타이틀이 연출·서사·아트·음악·장르 부문을 포괄적으로 석권한 사례는 최근 TGA 흐름에서도 드문 경우다.
GOTY 부문 경쟁작으로는 'Death Stranding 2: On the Beach', 'Hades II', 'Hollow Knight: Silksong', 'Kingdom Come: Deliverance 2', 'Donkey Kong Bananza'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작품은 대형 IP의 후속작부터, 7년 만에 출시되며 장기간 기대를 모아온 'Hollow Knight: Silksong' 같은 인디 계열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해, 경쟁 구도 자체는 매우 치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번 시상식에서는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계열 타이틀들이 총 19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됐음에도 최종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7개 부문 후보에 오른 Ghost of Yōtei와 Death Stranding 2가 모두 무관에 그친 반면, 13개 후보 중 9개를 가져간 Expedition 33의 결과는 후보 지명 수나 퍼블리셔 규모가 곧바로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기존 IP의 인지도나 퍼블리셔 규모보다, 개별 작품의 설계 완성도와 경험의 응집력이 보다 직접적인 평가 기준으로 작동했음을 시사한다.
GOTY와 인디상의 경계가 무너지다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논의를 불러온 지점은 '33원정대'가 Game of the Year(GOTY)와 Best Indie Game을 동시에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The Game Awards에서 GOTY는 전통적으로 대형 자본과 기술적 완성도를 앞세운 AAA 타이틀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최근 수상작만 살펴보더라도 The Last of Us Part II(2020), Elden Ring(2022), Baldur’s Gate 3(2023), Astro Bot(2024) 등 대형 스튜디오와 퍼블리셔가 주도한 작품들이 GOTY를 차지해 왔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GOTY는 사실상 ‘블록버스터급 완성도’를 상징하는 상으로 기능해 왔다.
반면 Best Indie Game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팀의 실험성, 창작자의 개성, 새로운 시도를 조명하는 별도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아 왔다. 주류 경쟁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채, 평가의 초점 역시 상업적 성과보다는 창작 태도와 독창성에 맞춰져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GOTY와 인디상의 동시 수상은 기존 분류 체계가 더 이상 명확하게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3원정대'는 약 30명 규모의 핵심 개발진과 1,000만 달러 미만의 예산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전통적인 AAA 타이틀과 비교하면 제작 규모와 자본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시스템 설계·연출·서사·아트 디렉션 전반에서 AAA급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특히 전 세계 153개 매체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투표(90%)와 대중 투표(10%)를 합산해 수상작을 결정하는 TGA의 구조를 고려할 때, 이번 결과는 특정 평론 그룹의 취향을 넘어 업계 전반에서 공유된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업계 안팎에서는 ‘인디’라는 범주가 더 이상 팀 규모나 예산만으로 정의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신 창작의 자율성, 설계에 대한 주도권, 그리고 결과물의 완성도가 인디와 AAA를 가르는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Expedition 33의 수상은 GOTY와 인디상이 분리된 위계가 아니라, 동일한 평가 축 위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작품이 보여준 설계적 특징
'33원정대'는 턴제 RPG를 기본 골격으로 삼으면서도, 실시간 반응을 요구하는 전투 메커니즘을 결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개발진은 이 방식을 ‘리액티브 턴제(reactive turn-based)’라고 명명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서 명령을 입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패링하거나 스킬 발동 과정에서 QTE에 대응해야 한다. 전투의 모든 국면에 플레이어의 개입을 요구함으로써, 전통적인 턴제 RPG에서 흔히 나타나는 ‘대기 시간’을 최소화한 설계다.
이러한 전투 구조는 단순한 조작 변주에 그치지 않는다. 전투의 긴장감과 리듬이 서사 전개와 맞물리도록 설계돼, 플레이 경험 자체가 이야기의 일부로 기능한다. 서사는 매년 깨어나 특정 나이 이상의 인간을 지워버리는 존재 ‘페인트리스’에 맞서는 33번째 원정대의 여정을 다룬다. 시나리오는 Jennifer Svedberg-Yen의 데뷔작으로, Best Narrative 수상을 통해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특히 이야기 전달이 컷신이나 설명 중심으로 분리되지 않고, 시스템과 플레이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학과 표현의 일관성
비주얼 측면에서 Expedition 33은 바로크 회화 기법인 ‘클레르 옵스퀴르(clair-obscur)’에서 영감을 받았다. 빛과 어둠의 극단적 대비라는 원칙이 캐릭터, 배경, 조명 연출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된다. 세계관 역시 벨 에포크 시대 프랑스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 공간 ‘뤼미에르’를 중심으로 구성돼, 게임의 서사적 분위기와 시각적 정체성을 동시에 강화한다.
기술적으로는 Epic Games의 언리얼 엔진 5를 사용했지만, 최신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표현 의도의 통일성과 미학적 방향성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그래픽 해상도나 물리 연산의 정교함보다는, 화면 전체가 하나의 회화적 이미지로 인식되도록 설계한 접근이다. 때문에 Best Art Direction 수상은 기술 스펙 경쟁이 아닌, 비주얼 응집력과 표현 철학에 대한 평가로 해석된다.
심사 기준 변화와 산업적 해석
이번 The Game Awards 결과를 두고 업계에서는 평가 기준의 이동이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대한 오픈월드 규모, 장기 라이브 서비스 성과, 기술 스펙 경쟁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실제로 다수 부문 후보에 오른 일부 대형 타이틀들이 수상에 이르지 못한 반면, 완결된 싱글플레이 경험과 명확한 창작 비전을 제시한 작품들이 중심에 섰다.
해외 주요 매체들의 반응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PC Gamer는 “충분히 자격 있는 수상”이라고 평가했으며, GameSpot은 역대 최다 수상 기록 자체가 작품의 완성도를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상식 운영 측면에서는 광고와 트레일러 비중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종합하면, 이번 TGA는 기술적 규모나 브랜드 파워보다 개별 작품이 제시하는 경험의 완성도와 설계의 일관성을 보다 직접적인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는 인상을 남겼다. '33원정대'의 수상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예외가 아니라, 현재 게임 산업이 ‘최고의 게임’을 판단하는 방식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 해석된다.
‘AA 모델’의 부상과 남은 논쟁
이번 수상 결과를 두고 개발자 커뮤니티와 업계에서는 “AAA vs 인디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게 제기됐다. 그 연장선에서 '33원정대'의 성공을 ‘AA 모델의 승리’로 해석하는 시각도 등장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인디 게임보다 제작 규모와 예산이 크지만, 수백 명 규모의 팀과 수억 달러 예산을 투입하는 AAA 타이틀과는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제한된 자원 안에서 명확한 설계 목표와 완결된 경험을 구현한 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중간 지대’의 부상은 산업 구조 변화와도 맞물린다. AAA 개발 비용과 기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모든 스튜디오가 블록버스터 경쟁에 뛰어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반대로 소규모 인디 모델 역시 상업적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33원정대'는 이 두 극단 사이에서, 비교적 관리 가능한 규모로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읽힌다.
다만 인디 범주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유명 배우 캐스팅과 글로벌 퍼블리셔의 지원을 받은 작품을 과연 인디로 분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는 인디를 단순히 팀 규모나 예산으로 정의할 것인지, 아니면 창작의 자율성과 설계에 대한 주도권을 기준으로 재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이번 수상은 인디라는 개념 자체가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최고의 게임’에 대한 정의는 바뀌었나
이번 GOTY 수상이 곧바로 산업 전반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차기 대형 블록버스터들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고, AAA 중심의 경쟁 구도가 단기간에 해체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대규모 오픈월드와 기술적 스펙을 앞세운 작품들은 여전히 시장과 시상식 모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그럼에도 '33원정대'가 남긴 선례는 분명하다. 데뷔작이자 약 30명 규모의 팀, 1,000만 달러 미만의 예산으로 제작된 게임도 GOTY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최고의 게임’이 반드시 최대 규모나 최첨단 기술의 산물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2025년 게임 어워즈는 규모나 기술 경쟁이 아닌, 개별 작품의 설계 완성도와 창작 의도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다관왕을 차지한 Expedition 33의 수상 결과는 이러한 평가 기준이 예외적 판단이 아니라, 실제 심사 과정에서 유효하게 적용됐음을 뒷받침한다.
이번 결과는 단일 작품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게임 산업이 ‘최고의 게임’을 정의할 때 무엇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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