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X(MetaX)] 프랑스 스튜디오 Sandfall Interactive가 개발한 턴제 RPG 'Clair Obscur: Expedition 33(33원정대)'이 최근 게임 업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의 중심에 섰다. 같은 작품이 The Game Awards에서는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세운 반면, The Indie Game Awards에서는 AI 사용 논란을 이유로 수상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Expedition 33(33원정대)'은 2025년 4월 출시 직후부터 비평적 호평을 받으며 각종 시상식에 이름을 올렸다. 12월 'The Game Awards'에서는 Game of the Year를 포함해 8개 부문을 수상했고, 12월 18일 열린 'The Indie Game Awards'에서도 Game of the Year와 Debut Game 두 부문을 수상했다.
그러나 시상식 당일, 문제가 불거졌다. Sandfall Interactive 측이 개발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출품 당시 "AI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신고한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AI가 사용된 부분은 게임 내 게시판에 부착된 포스터와 신문 텍스처였다. 개발진에 따르면 이는 임시 placeholder 용도로 생성된 것이었으나, 일부가 QA 과정에서 누락되어 최종 빌드에 포함된 채 출시됐다. 해당 에셋은 출시 5일 내 패치로 제거되었다.
The Indie Game Awards 주최 측인 Six One Indie는 이틀 뒤 공식 성명을 통해 두 부문 수상을 취소한다고 발표했으며, Game of the Year는 Blue Prince에, Debut Game은 Sorry We're Closed에 각각 재수여됐다.
The IGAs Nomination Committee is officially retracting Debut Game and Game of the Year, awarding both categories to new recipients. Additionally, we are retracting one of the Indie Vanguard recipients.
Full details can be found in our FAQ under Game Eligibility: www.indiegameawards.gg/faq
— The Indie Game Awards (@indiegameawards.gg) 2025년 12월 21일 오전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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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자체보다 '신고 번복'이 문제였다 사실 AI 사용 흔적은 출시 직후인 2025년 4월부터 감지됐다. 일부 플레이어들이 게시판 텍스처에서 생성형 AI 특유의 왜곡된 텍스트와 이미지 패턴을 발견하고 소셜미디어에 스크린샷을 공유한 것이다. 당시에는 큰 논란으로 번지지 않았고, 해당 에셋은 출시 5일 내 조용히 패치로 교체됐다.
이후 7월, 스페인 일간지 El País와의 인터뷰에서 Sandfall Interactive 측은 AI를 "일부, 많지 않게(some, not much)"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인터뷰는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12월 시상식 시즌이 되어서야 재조명됐다.
결정적 문제는 The Indie Game Awards 출품 과정에서 발생했다. Sandfall Interactive는 출품 당시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항목에 동의했다. 그러나 시상식 당일인 12월 18일, 프로듀서 François Meurisse가 AI 사용 사실을 공식 인정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Sandfall은 이후 Reddit을 통해 공식 해명을 발표했다. 개발진에 따르면 AI는 2022~2023년 초기 개발 단계에서 "임시 placeholder 텍스처를 생성하기 위해 짧게 실험"한 것이었다. 팀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용을 중단했으며, 해당 에셋들은 인간 아티스트의 작업물로 교체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텍스처가 QA 과정에서 누락되어 최종 빌드에 포함된 채 출시됐고, 이는 "의도치 않은 실수"였다는 설명이다.
Six One Indie는 이 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수상 취소 결정을 유지했다. 성명에서 "에셋이 패치로 제거되었고 훌륭한 게임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출품 당시 AI 미사용에 동의한 뒤 이를 번복한 것은 우리 규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placeholder에 불과한 텍스처 몇 장으로 수상을 취소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Sandfall을 옹호했다. 반면 "규정에 동의하고 출품한 이상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이견이 없었다.
결국 쟁점은 단순히 "AI를 썼느냐"가 아니라 "왜 처음부터 밝히지 않았는가"였다. AI 사용 범위가 아무리 제한적이었더라도, 출품 절차에서의 허위 신고는 별개의 문제로 다뤄진 것이다.
The Game Awards와 The Indie Game Awards, 무엇이 달랐나
이번 사건은 두 시상식 간의 심사 철학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우선 'The Game Awards'는 게임 저널리스트 Geoff Keighley가 2014년부터 주최해온 글로벌 시상식이다. AAA 대작부터 인디까지 산업 전반을 포괄하며, 평가의 중심은 결과물의 완성도와 문화적 영향력에 있다. 제작 과정에서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 AI가 개입했는지 여부는 심사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33원정대'는 여기서 Game of the Year를 포함해 8개 부문을 수상하며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반면 'The Indie Game Awards'는 성격이 다르다. Six One Indie가 2024년 창설한 이 시상식은 독립 게임 씬의 다양성과 창작자 중심 가치를 표방한다. Wholesome Games, The MIX, Women-Led Games 등 인디 게임 커뮤니티 조직들이 후보 선정에 참여하며, 심사 기준에는 생성형 AI 사용 금지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주최 측은 이를 "인간 창작자의 노동과 제작 과정의 투명성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이라고 설명한다.
두 시상식의 차이는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The Game Awards가 "무엇을 만들었는가"를 묻는다면, The Indie Game Awards는 "어떻게 만들었는가"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시킨다. 같은 작품이 한쪽에서는 최고의 영예를, 다른 쪽에서는 자격 박탈을 받은 것은 이 철학적 간극에서 비롯됐다.
산업 전반으로 확장된 질문
이미 게임 산업 전반에서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찾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했다. 콘셉트 아트 초안, 프로토타이핑, 애니메이션 보조, 현지화, QA 자동화까지—AI는 개발 파이프라인 곳곳에 스며든 일상적인 도구가 되었다. 2025년 Steam에서 AI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 게임들의 누적 매출은 6억 6천만 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33원정대' 논란과 거의 같은 시기, Larian Studios도 비슷한 논쟁에 휘말렸다. 'Baldur's Gate 3'로 2023년 Game of the Year를 수상한 이 스튜디오가 신작 Divinity 시리즈 개발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 사이에서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CEO Swen Vincke는 "AI는 초기 아이디에이션과 내부 참고용으로만 사용되며, 최종 아트·글·연기는 모두 인간이 제작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어디까지가 참고용이고 어디서부터가 최종 결과물인가"라는 경계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업계 반응 또한 갈렸다. 'Kingdom Come: Deliverance' 2의 디렉터 Daniel Vávra는 Larian을 옹호하며 "콘셉트 단계에서의 AI 활용은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The Last of Us'의 공동 디렉터 Bruce Straley는 "AI로 생성된 게임 아트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같은 기술을 두고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산업의 질문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AI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너무 많은 곳에서, 너무 다양한 방식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언제, 어떤 목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사용했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구조를 갖추는 일이다. 기술의 사용 여부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신뢰의 문제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밝히지 않은 AI는 논란이 된다
'Expedition 33(33원정대)'은 나쁜 게임이 아니었다. 비평가들은 극찬했고, 플레이어들 또한 열광했으며, The Game Awards에서는 역대 최다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줬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럼에도 논란이 된 이유는, 게임이 아니라 '절차'에 있었다. "AI를 쓰지 않았다"고 말해놓고, 나중에 "사실은 썼다"고 번복한 것. 그 간극이 신뢰를 흔들었다.
이 사례는 특정 개발팀의 윤리적 실패라기보다, 제도와 기술 사이의 속도 차이가 만들어낸 첫 번째 충돌에 가깝다. AI는 이미 게임 제작의 일부가 되었다. 콘셉트 단계든, placeholder든, 어딘가에는 쓰이고 있다. 앞으로 그 비중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AI를 썼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썼는지 말할 수 있느냐. 또는 숨길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드러낼 것인가.
게임의 품질은 플레이어가 판단하지만, 신뢰는 어디서든 무너질 수 있다. '33원정대'는 그 기준이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 첫 사례다.
AI를 쓰는 법이 아니라, AI를 말하는 법—그것이 앞으로 게임 산업이 배워야 할 규칙이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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