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냐, 또 하나의 실험이냐
메타가 증강현실(AR) 안경 이후 노리는 다음 무대가 로봇 시장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단순히 로봇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로봇 운영체제(OS) 같은 소프트웨어를 다른 기업에 라이선스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앤드류 보즈워스(Andrew Bosworth) 메타 CTO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진짜 병목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다. 즉, 메타가 준비 중인 ‘메타봇(Metabot)’은 시작일 뿐, 본질은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플랫폼 소프트웨어로 로봇 생태계를 장악하는 전략이다.
로봇을 움직일 ‘세계 모델’ 개발
메타가 추진하는 핵심 프로젝트는 ‘월드 모델(World Model)’이다. 이 모델은 로봇이 실제 세계의 물리적 환경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손의 정교한 동작이나 복잡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즈워스가 언급한 대로, 로봇이 세탁물을 개거나 청소를 하는 수준까지 나아가려면, 단순한 AI 명령을 넘어서 현실 환경을 추론하고 학습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이다.
메타는 이를 위해 전 크루즈(Cruise) CEO였던 마크 휘튼(Marc Whitten)을 영입해 로보틱스 팀을 꾸렸고, 자사의 슈퍼인텔리전스 연구소와 연결해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운영체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메타만 이 길을 걷는 건 아니다.
애플은 디스플레이가 달린 탁상용 로봇 팔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반복적으로 시연했지만, 아직은 통제된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단계다. 구글 역시 로봇 소프트웨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메타는 아직도 AR 글라스 ‘프로젝트 오리온(Orion)’을 상용화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듯, 이제는 로봇이라는 새로운 무대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길, 로봇에도 가능할까
메타의 전략은 분명하다. 하드웨어에서 직접 승부하기보다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해 다른 제조사가 채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생태계를 지배한 것처럼, 로봇 시대에는 메타가 그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녹록지 않다. 하드웨어부터 자율성, 안전성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이미 경쟁자들도 앞다투어 로봇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메타가 AR 글라스를 스마트폰 대체재로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돈 먹는 블랙홀”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플랫폼’이냐, 또 하나의 실험이냐
로봇은 차세대 플랫폼 전쟁의 무대다. 메타는 안드로이드의 성공 공식을 로봇에도 적용하려 하지만, 아직은 먼 길이 남았다. 메타봇이 집안을 청소하고 빨래를 개는 모습은 당분간 상상 속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만약 메타가 ‘세계 모델’ 기반의 로봇 운영체제를 제대로 구현한다면, 로봇 산업의 구글이 될 수도 있다.
지금으로선 확실하다. 메타는 여전히 “다음 거대한 것(the next big thing)”을 찾아 돈을 태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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