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3일, 글로벌 게임사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EA)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업 스테이빌리티 AI(Stability AI, Stable Diffusion 개발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이번 협업의 목표를 “AI로 게임 개발 방식을 재구성(Reimagine game development)”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게임 제작의 사고방식과 생산 과정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겠다는 선언이다.
EA는 보도자료에서 “AI는 초안을 작성하고, 생성하며, 분석할 수 있지만 상상하거나 공감하거나 꿈꿀 수는 없다(AI can draft, generate, and analyse — but it can’t imagine, empathise, or dream)”고 명시하며, 기술보다 인간의 창의성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Stability AI 또한 “예술가와 개발자들이 더 빠르게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시각화하며 게임플레이를 다듬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Together we’ll help artists and developers ideate, visualize, and refine gameplay faster and at greater scale)”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메시지는 공통적으로 향하고 있다. AI는 창작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더 넓은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제작 언어라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그 전환점 위에서, 게임 개발의 언어가 기술 중심에서 창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와 함께 짓는 게임 EA와 Stability AI의 협업은 단순한 기술 제휴가 아니라, 게임 제작의 구조를 다시 짜는 실험으로 평가된다. 이번 파트너십은 2025년 10월 23일 공식 발표되었으며, 양사는 AI를 활용한 3D 모델링과 물리 기반 렌더링(PBR) 재질 생성을 중심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Stability AI의 연구진이 EA 내부의 아트팀과 직접 협업하는 형태로 프로젝트가 구성되어, 기술 연구와 실제 제작 과정이 긴밀하게 맞물리는 방식이다.
협업의 초점은 제작 파이프라인의 자동화가 아니라 확장에 있다. EA는 텍스트를 3D 모델로, 이미지 데이터를 3차원 환경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파이프라인 전반에 통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발 초기 단계의 프리비주얼(pre-visualization) 과정에서 환경과 장면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PBR 재질(material generation)을 빠르게 시뮬레이션하며, 아티스트가 다양한 버전의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비교·선택할 수 있는 콘셉트 반복(concept iteration)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EA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는 도구이고, 인간은 창작자다.” 이는 Andrew Wilson CEO가 “생성형 AI는 우리의 비즈니스 핵심이다(Generative AI is the core of our business)”라고 밝힌 직후, 사내외에서 제기된 불안감을 의식한 대응이기도 하다. EA는 AI를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의적 결정을 강화하는 보조적 파트너로 정의하며 인간 중심의 창작 철학을 재확인했다.
외부의 반응은 대체로 “산업적 전환점”이라는 평가와 “내부 긴장”이라는 두 갈래로 갈렸다. 다수의 매체에서, 이번 협업을 게임 산업의 제작 패러다임을 바꿀 계기로 분석했지만, 반대로 EA 내부에서 AI 활용 범위와 속도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도 전했다. 현장의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기대와 경계가 공존한다. 일부는 새로운 표현 수단의 등장을 환영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창작의 정체성과 권한이 기술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AI-Driven Workflow: 제작 공정의 재설계 이번 협업의 핵심은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게임 제작 공정 전체에 통합되는 계층(layer) 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제작 공정’이라 하면 아트(모델링), 리깅, 애니메이션, 레벨 디자인 등 각 단계가 분리되어 있었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AI가 이 모든 단계를 연결하고 자동화하며, 반복 가능한 구조로 재구성하는 중심 축으로 자리한다.
EA는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예술가와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변혁적인 AI 모델·도구·워크플로우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co-develop transformative AI models, tools, and workflows that empower our artists, designers, and developers to reimagine how content is built).”
또한 EA는 “초기 단계의 목표 중 하나는 아티스트 주도의 새로운 워크플로우를 통해 물리 기반 렌더링(PBR) 재질 제작을 가속하는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즉, AI는 모델링과 리깅, 애니메이션 등으로 나뉘어 있던 제작 단계를 하나의 통합 구조로 엮어내며, 단순한 효율 향상을 넘어 ‘제작 구조 자체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게임 산업 전반에서 “파이프라인 = AI 생태계”로의 전환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제작 방식이 바뀌면 생성된 자산(asset)의 성격과 활용 방식, 그리고 메타버스나 IP 확장 구조에서의 가능성 또한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Human-in-the-Loop Creativity: 창작과 도구의 경계 재정립
EA는 “AI는 초안을 작성하고 생성하며 분석할 수 있지만, 상상하거나 공감하거나 꿈꿀 수는 없다(It can draft, generate, and analyse, but it can’t imagine, empathise, or dream)”고 밝히며, 창의적 주체는 인간임을 명확히 했다.
또한 “이야기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으며, 우리는 AI를 신뢰할 수 있는 동료로 진화시키고 있다(With humans at the center of storytelling, we’re evolving how we work so that AI becomes a trusted ally)”라고 덧붙였다.
EA는 AI를 ‘보조자(co-creator)’로 규정하며, 창작자 중심의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분명히 한다. 이는 향후 AI 창작물의 저작권, 창작 윤리, 권한 문제 등에 대비한 선제적 방어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Creative Acceleration: 생산 시간에서 창의 시간으로
Stability AI는 발표에서
“예술가와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더 빠르고 더 큰 규모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시각화하며 게임플레이를 다듬을 수 있게 할 것이다(allowing our artists, designers, and developers to ideate, visualize, and refine gameplay experiences at a faster pace and with greater scale).”
라고 밝혔다.
이는 이번 협업의 목표가 개발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의 반복적·소모적인 부분을 대신 처리해 창의적 작업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즉, AI는 반복 업무를 줄이고 사람은 창의적 사고와 실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의 재배분 도구’로 작동한다. 이는 효율 중심 기술에서 ‘사고 중심 기술(thought-centric technology)’로의 이동을 뜻하며, 게임 제작·IP 확장·메타버스 전환의 주기를 한층 짧게 만든다.
Generative Pipeline → IP Ecosystem: 자산 전환의 시작
EA는 이번 협업을 통해 “2D 텍스처를 생성하거나 텍스트 프롬프트로 3D 환경을 사전 시각화할 수 있는(AI systems that can pre-visualize entire 3D environments from a series of intentional prompts)” AI 시스템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파트너십은 텍스트 입력만으로 3D 자산을 생성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이 기술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AI가 생성한 자산이 IP 단위로 재활용 가능한 구조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한 게임에서 만들어진 3D 오브젝트와 환경이 다른 게임이나 메타버스, XR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자산-IP 생태계(asset-IP ecosystem)’로의 이동이다.
이는 EA의 파이프라인이 단순한 제작 도구를 넘어, IP 확장 인프라로 기능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AI 이후의 창작자 EA의 시도는 기술이 예술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라, 예술이 기술을 품으며 확장되는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협업은 인간의 창의성을 보존하면서도, 그 창의성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실험이다.
앞으로의 쟁점은 분명하다. AI가 만든 결과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 인간 창작자의 역할과 책임의 재정의, 그리고 산업 전반의 AI 워크플로우 표준화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제 AI는 더 이상 게임 산업의 ‘보조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개발자와 아티스트, 그리고 기업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산업의 언어, 창작의 문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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