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창작을 보호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이를 잊는 순간, 저작권법은 디지털 붉은 깃발이 된다.
AI가 창작을 복제하고, 인간의 존재를 흉내 내는 시대, 우리는 더 이상 기술의 진보만을 무조건 찬양할 수 없다. 복제 기술이 가속화되는 전환기 속에서,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고유성과 존엄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고자 한다. 기술의 발전을 넘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질문과 성찰이 절실해진 지금, 창작, 존재, 인간성이라는 본질적 물음을 세상에 던져본다.[편집자주] |
1865년, 영국에서는 자동차가 도로를 달릴 때마다 한 남자가 붉은 깃발을 들고 앞서 걸어야 했다. 기술을 두려워한 시대는 그렇게, 새로움에 족쇄를 채웠다.
그리고 2025년, 우리는 비슷한 장면을 마주한다. AI 창작물을 둘러싼 저작권 논쟁. 지금, 우리 손에 쥐어진 것은 또 하나의 붉은 깃발일까, 아니면 창작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방패일까.
과거로부터의 경고 – 붉은 깃발 법
19세기 중반, 영국은 세계 산업혁명의 심장이었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대한 두려움은 시대를 가로막았다.
1865년 제정된 '로코모티브 법'은 자동차가 도로를 달릴 때 시속 2마일 이하로 제한하고, 반드시 붉은 깃발을 든 보행자가 앞장서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안전을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은 기존 마차산업과 기득권 보호를 위한 억제책이었다.
그 결과, 영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독일과 프랑스,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
붉은 깃발은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 오히려 영국 산업의 미래를 스스로 늦췄을 뿐이었다.
현재: AI 저작권을 둘러싼 충돌
오늘날, 생성형 AI는 인간 창작의 영토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영상. 어느새 AI는 '창작'이라는 이름 아래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창작자들은 AI가 자신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 데이터로 사용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먼저 물어야 한다.
"AI를 창작 주체로 볼 것인가, 도구로 볼 것인가?"
나에게 AI는 도구다. AI도 마찬가지다. 인간을 돕는 어시스턴트일 뿐, 창작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어야 한다.
논쟁의 본질: 보호인가, 억제인가
AI 저작권 규제 논쟁은 '보호'와 '억제'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기술 발전과 새로운 창작을 억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창작자와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다.
AI는 복제와 재조합의 도구일 뿐, 인간처럼 살아 있는 경험과 선택을 할 수 없다.
우리가 규제해야 할 것은 도구 그 자체가 아니라,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태도다.
AI에 법인격을 부여하고 저작권 주체로 삼는 것은, 인간 스스로 창작의 존재론적 근거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우리가 인간다움을 지키지 못하면, 저작권 논쟁은 결국 '누가 더 빠르게 존재를 복제할 수 있는가'의 싸움으로 전락할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 도구는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지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다.
AI 저작권법은 ‘디지털 붉은 깃발’이 될 것인가
1865년, 붉은 깃발을 들게 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두려워한 인간이었다.
2025년, AI 저작권 규제가 또 하나의 붉은 깃발이 될지, 아니면 창작 생태계를 지키는 방패가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AI 저작권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해진다면, 19세기 영국처럼 스스로 창작과 혁신의 미래를 가로막을 수 있다.
하지만 완전한 무규제 역시 창작 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 규제 없는 자유는 창작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인간 창작자를 소외시킬 수 있어서다.
결국 선택은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단순히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창작 생태계를 설계할 것인가를 묻고 답해야 한다.
우리는 창작자 보호와 기술 진보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EU, 미국, 한국 모두 AI와 저작권 문제를 새로운 틀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법적 규정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무엇을 지킬 것인가에 있다.
AI 시대, 저작권은 창작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을 보호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우리가 이를 잊는 순간, 저작권법은 또 하나의 디지털 붉은 깃발이 될 것이다.
결국 해답은 단순한 규정이나 조항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기술은 늘 빠르다. 법은 늘 더디다. 그러나 법은 창작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법은 창작을 보호하고, 세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법이 지켜야 할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 속에 깃든 인간의 존엄성과 창작의 가치다.
우리가 기술의 편의를 좇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잊는다면, AI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우리가 만약 이 원칙을 잊는다면, AI 저작권법은 19세기 영국 붉은 깃발 법처럼, 후대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복제의 시대, 우리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다.
"존재를 복제할 수 있다면, 진짜 존재란 무엇인가?"
복제에도 기준이 필요하다. 존중과 인정, 보호가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가 저작권을 논해야 하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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