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죽은 사람을 소환할 권리가 있는가?’
AI는 더 이상 ‘창작의 도구’가 아니다. 이제는 사망한 인물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원하고, 새로운 대사를 말하게 하는 기술이 되어버렸다.
OpenAI의 ‘Sora’뿐만 아니라, Google의 Veo, Meta의 Make-A-Scene, Runway, Pika 등도 ‘역사적 인물의 리얼리티 생성’을 핵심 기능 중 하나로 홍보한다.
이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윤리의 시간이다.
AI가 고인(故人)을 재현할 때, 그건 추모인가? 조작인가? 아니면 기억의 침해인가?
‘사후 초상권(Posthumous Right of Publicity)’의 모호한 경계
전통적인 초상권은 ‘생존자’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AI는 이 전제를 무너뜨렸다. 세계 각국의 법제는 이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즉, AI가 생성한 ‘고인의 디지털 재현’은 법적으로 회색지대에 있다.
생전 동의가 없더라도, 기술은 복원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법은 여전히 ‘기억을 누가 소유하느냐’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기억의 권리’와 ‘망각의 권리’의 충돌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의 반대 개념인 ‘기억될 권리(right to be remembered)’가 새롭게 부상했다.
하지만 두 권리는 본질적으로 충돌한다.
- 망각의 권리: 개인 또는 유족이 원치 않는 이미지와 데이터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 고인의 명예, 존엄 보호 - 기억의 권리: 역사·언론·예술의 자유를 근거로, 인물의 기억과 이미지를 보존하고 재현할 권리.
→ 공공의 알권리와 문화적 가치 보호
이 딜레마는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기억을 설계하는 권력’이 누구에게 있느냐의 문제로 확장된다.
AI는 ‘기억의 편집자’가 되어버렸다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재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의 의미를 ‘새롭게 쓰는 존재’가 되었다.
예를 들어, Sora나 Pika는 ‘마틴 루서 킹이 현대 정치인과 대화하는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 ElevenLabs나 DeepBrain은 ‘사망한 배우의 목소리로 신작 광고’를 제작할 수 있다. Adobe Premiere AI는 ‘역사적 영상의 감정 톤’을 자동 조정한다.
결국 AI는 역사와 감정의 ‘편집자’로 진화했다. 이 단계에서 법적 초상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필요한 것은 ‘기억 설계의 윤리 원칙(Ethics of Memory Design)’이다.
UNESCO와 OECD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국제기구들도 AI의 ‘기억 재현’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 UNESCO (2024)
「AI and Historical Memory Ethics Framework」에서 ‘AI가 재현한 역사 인물은 반드시 사실 기반의 출처와 맥락을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
→ AI는 기억을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재구성해야 한다. - OECD (2025)
「AI Transparency Charter」를 통해 ‘사망자의 디지털 이미지 사용 시 가족·법적 대표자의 동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 - EU AI Act (2025)
‘고위험 AI 시스템’ 범주에 *‘인간의 신원, 얼굴, 목소리를 재현하는 AI’*를 포함.
→ 해당 기술은 사전등록과 투명성 보고서 의무화 대상이 된다.
‘AI 초상권 보호’가 브랜드 리스크 관리로
글로벌 AI 기업들은 이제 ‘초상권 보호’를 단순 윤리가 아닌 리스크 관리로 본다.

AI 윤리의 핵심이 ‘정확성’에서 ‘존엄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사후권(Digital Posthumous Right)의 제도화
AI가 기억을 재현하는 시대에는 ‘죽은 뒤의 권리’가 생전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법학자들은 이를 ‘디지털 사후권’이라 부른다.
이 권리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 디지털 초상권(Digital Likeness Right)
– 고인의 얼굴, 목소리, 제스처 등 신체적 표현의 무단 사용 금지 - 기억의 진위권(Memory Authenticity Right)
– AI가 생성한 발언·행위가 ‘가상의 것’임을 명시할 의무 - 유족 통제권(Family Consent Right)
– 재현·상업적 이용 시 유족 또는 재단의 승인 절차 필수
궁극적으로 이는 ‘AI 시대의 인류학적 권리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AI가 인간을 재현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기억될 방식’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기술은 기억을 만들지만, 인간만이 의미를 남긴다
마틴 루서 킹 재단과 OpenAI의 합의는 단순한 ‘콘텐츠 제한’이 아니다. 그것은 AI 시대의 윤리 헌장 초안이다.
AI는 인간의 얼굴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얼굴의 의미는, 여전히 인간이 정의해야 한다.
‘기억은 기술이 아니라 책임의 문제다.’
AI가 역사를 재현하는 시대, 그때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존중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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