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진 제재, 좁아지는 미국 내 입지
세계 최대 드론 기업의 명암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가 미국 법원에서 국방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미국 법원은 국방부가 DJI를 ‘중국 군사기업(Chinese military company)’으로 지정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DJI는 미국 내 사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심각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군사적 활용 가능성, 존재 자체가 문제”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 폴 프리드먼 판사는 9월 26일(현지시간) 판결문에서 “DJI 스스로도 자사 기술이 군사적 분쟁에서 사용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며 “회사의 내부 정책이 군사적 사용을 금지하든 말든, 기술이 실제로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가진다는 사실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DJI는 지난해 10월 미 국방부의 지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며 “중국군 소유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DJI가 제기한 핵심 논리는 “금융적·평판적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었지만, 판결은 결국 국방부 손을 들어줬다.
이어진 제재, 좁아지는 미국 내 입지
DJI와 미국 정부의 갈등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2020년 미국 상무부는 DJI를 포함한 78개 중국 기업을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올려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사실상 차단했다. 2021년에는 미 재무부가 ‘중국 군사산업 복합체 기업’ 명단에 DJI를 포함시켰다. 당시 혐의는 신장 위구르 지역 감시에 기술을 제공했다는 의혹이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미국 세관이 DJI의 소비자용 드론 통관을 지연시키는 조치까지 취했다. 이번 소송 패소로 DJI는 미국 내에서 사실상 수입금지 조치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 의회가 통과시킨 8,950억 달러 규모의 국방수권법(NDAA)에 따르면, DJI는 올해 말까지 자사 제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DJI는 올해 3월 국토안보부(DHS), 국방부(DoD),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 국가정보국(ODNI) 등 5개 안보기관에 “즉각적인 평가를 시작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세계 최대 드론 기업의 명암
DJI는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농업, 촬영, 물류 등 다양한 산업에서 DJI 드론은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DJI는 자사의 글로벌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군사적 활용 가능성은 DJI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DJI 드론은 양측 군대가 정찰과 전투에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보고가 나오며 논란을 키웠다. DJI는 공식적으로 “군사용 사용을 금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DJI 소송 패소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미중 갈등 속에서 민간 기술과 군사 기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드론, AI, 반도체 등 민간에서 출발한 기술이 군사적 파급력을 갖게 되면서, 미국은 이를 국가안보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DJI는 이제 미국 내 입지 축소뿐만 아니라, 글로벌 다른 지역에서도 “중국 군사기업”이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향후 미국의 수입 금지 조치가 확정되면, DJI는 유럽·아시아 등 다른 시장으로 전략적 무게중심을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뢰’가 흔들린 기술 기업의 글로벌 확장은 그 자체로 험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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