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전쟁’에서 ‘법정 전쟁’으로
생성형 AI 업계가 또 한 번 법정으로 옮겨졌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가 오픈AI를 상대로 무려 30쪽에 달하는 소장을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고소장은 단순한 경쟁 구도가 아니라, “산업스파이” 수준의 조직적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소장의 표현은 거칠다. “오픈AI는 더 나은 혁신가 앞에서 불법과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했다. 직원들을 빼내 기밀 코드를 탈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 우위를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코드 절도와 직원 포섭
소장에 따르면 오픈AI는 단순히 인재를 스카우트한 것이 아니라, xAI의 핵심 비밀을 가진 직원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 스탠퍼드 출신 연구자로, xAI 초창기 엔지니어. 그는 전 직장에서 전체 소스코드를 개인 클라우드에 업로드한 뒤, 오픈AI 리크루터와 암호화 메신저로 연락하며 코드를 건넸다는 자필 자백까지 남겼다.
- 런던 엔지니어링 팀 출신. 생산 환경에서 그록(Grok) 모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핵심 코드를 빼돌려 개인 기기에 옮겼다고 한다. 그는 심지어 엘론 머스크가 참여한 내부 ‘올핸즈 미팅’ 영상을 무단 복사해 갔다고 소장은 주장한다.
- 전직 재무 임원. 데이터센터 배치 전략이라는 ‘시크릿 소스’를 가지고 오픈AI로 이직했으며, 기밀 유지 서약서를 거부하고 욕설로 대응했다는 대목도 있다.
xAI는 이를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스파이 행위”라고 규정했다. 단순한 인재 이동이 아니라, 기밀 코드·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사업 전략 등 경쟁사 심장을 겨냥한 타깃팅이었다는 것이다.
왜 오픈AI는 위험을 감수했나
배경에는 xAI의 ‘그록(Grok)’ 모델이 있다. 불과 18개월 만에 챗GPT를 일부 지표에서 앞서며, 가장 강력한 차세대 모델 중 하나로 부상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와 확장성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조차 뉴욕타임스 행사에서 “그들이 얼마나 빨리 슈퍼컴퓨터를 지었는지 놀라웠다”고 인정한 바 있다.
즉, xAI의 성장세가 오픈AI에 실질적 위협이 되자, R&D 시간을 단축하고 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해 불법적 방법을 동원했다는 게 xAI의 주장이다.
xAI는 오픈AI가 미국 연방 영업비밀보호법(DTSA)을 위반했으며, 캘리포니아 불공정경쟁법(UCL)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xAI가 요구하는 구제책은 강력하다.
- 오픈AI가 취득한 모든 기밀의 반환 및 파기
- 그 기밀로 개발된 모델이나 시스템의 폐기 명령
-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및 징벌적 배상
이번 사건이 AI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AI 모델 개발에는 수십억 달러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법원이 오픈AI가 xAI 기밀을 활용했다고 판단하면, 챗GPT의 일부 성능 자체가 법적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 이는 투자자·고객 신뢰에 치명적이다.
‘AI 냉전’의 법정전으로
이 소송은 단순한 두 회사의 다툼을 넘어, AI 패권 경쟁의 ‘냉전’이 법정으로 옮겨간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빅테크 간 경쟁은 이제 논문이나 제품 발표를 넘어, 영업비밀 탈취·직원 포섭·데이터센터 전략 같은 영역에서 격돌한다.
결과에 따라 AI 기업들의 인재 영입 관행과 기밀 관리 체계에도 대대적 변화가 예상된다.
더 나아가, 소송으로 인해 기술 개발 속도가 늦춰질 경우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 자체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혁신 전쟁’에서 ‘법정 전쟁’으로
xAI는 이번 소송을 통해 자신들의 그록 모델과 데이터센터 전략이 정당한 독자적 혁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대로 오픈AI는 첫 움직임의 이점을 잃지 않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인상을 준다.
AI 산업의 향방은 기술 그 자체뿐 아니라, 누가 더 공정하게 혁신을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재판은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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