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SuperPoD, 중국식 AI 인프라 독립 선언 AI 연산 경쟁의 무대에 또 하나의 거대한 플레이어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화웨이가 최근 공개한 Atlas SuperPoD와 Ascend 칩 로드맵은 단순히 신제품 발표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곧 중국이 글로벌 AI 인프라 주도권을 두고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와 GPU 수급 제약으로 막혀 있던 길을, 화웨이는 독자적인 칩·메모리·인터커넥트 기술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술 전시가 아니라, “우리는 더 이상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슈퍼컴퓨터급 AI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정치적·산업적 선언으로 읽힌다.

칩에서 인프라로: 경쟁 단위의 변화
그동안 AI 시장의 주된 화두는 엔비디아 H100, AMD MI300과 같은 개별 GPU의 성능 경쟁이었다. 누구의 칩이 더 빠르고, 더 많은 파라미터를 학습할 수 있는지가 초점이었다. 그러나 화웨이가 이번에 내놓은 메시지는 분명히 다르다. 이제 경쟁의 단위는 더 이상 칩 하나가 아니라, 수천 개의 칩을 묶어 거대한 단일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SuperPoD”라는 완성형 인프라다.
대표적으로 Atlas 950 SuperPoD는 8,192개의 Ascend NPU를, Atlas 960 SuperPoD는 15,488개의 NPU를 통합해 하나의 거대한 논리적 컴퓨터처럼 기능한다. 나아가 이러한 SuperPoD를 여러 개 연결하면, SuperCluster라는 초대형 AI 컴퓨팅 네트워크로 확장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칩 성능을 비교하는 경쟁에서 벗어나, 전체 시스템·생태계 단위로 경쟁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AI 인프라의 승부처가 이제는 ‘최고의 칩’이 아니라, 누가 더 큰 규모와 완결성을 갖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진짜 병목은 연산이 아니다
화웨이가 이번 로드맵에서 강조한 핵심은 단순한 연산 능력의 향상이 아니다. 오히려 AI 훈련의 진짜 병목은 연산 속도가 아니라 데이터 흐름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화웨이는 최대 1.6TB/s 대역폭을 지원하는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노드 간 지연을 최소화하는 광학 기반 인터커넥트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AI 모델이 초거대화되면서, 수천·수만 개의 프로세서가 동시에 학습을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더 많은 코어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는가이다. 화웨이는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하며, GPU·NPU 성능 그 자체보다 메모리와 네트워크 아키텍처 최적화야말로 차세대 AI 인프라 경쟁의 승부처임을 분명히 했다.
국산화는 곧 생태계 무기화
Atlas SuperPoD의 또 다른 전략적 의미는 단순한 기술 자급을 넘어선다. 화웨이는 Ascend 칩 자체를 국산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영체제(OS), 인터커넥트 프로토콜(UnifiedBus), 소프트웨어 스택까지 자체적으로 설계하며 하나의 완결된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는 단순히 하드웨어 독립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인프라까지 통합된 ‘중국식 AI 생태계’를 만들어내겠다는 선언과 같다.
이러한 폐쇄적이면서도 독자적인 시스템은 국제 시장에서 두 가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하나는 중국 내에서 안정적이고 자급자족적인 AI 인프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또 하나의 ‘표준 후보’를 제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AI 인프라 표준은 미국 기업들이 사실상 장악해 왔다. 그러나 화웨이가 내놓은 SuperPoD는, 중국이 독자적으로 대체 가능한 인프라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슈퍼컴퓨팅의 민주화 가능성
Atlas SuperPoD는 본질적으로 국가급 슈퍼컴퓨터에 준하는 성능을 제공한다. 수천 개의 Ascend NPU가 하나의 거대한 논리적 컴퓨터처럼 작동하고, 이를 다시 SuperCluster로 연결하면 그 규모는 사실상 도시 단위의 데이터센터에 맞먹는다. 그러나 화웨이가 보여주려는 비전은 단순히 ‘더 큰 슈퍼컴퓨터’를 짓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 인프라가 서비스화(As-a-Service)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슈퍼컴퓨팅 파워가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된다면, 대학 연구실이나 스타트업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정부 기관이나 초대형 연구소만 다룰 수 있었던 슈퍼컴퓨팅 자원이, 이제는 누구나 필요한 만큼 빌려 쓸 수 있는 도구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컴퓨팅 파워의 확대가 아니라, 연구·산업 생태계 전체의 민주화로 이어진다. 스타트업이 대기업 못지않은 AI 실험을 시도할 수 있고, 대학 연구자가 글로벌 연구소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리게 된다.
결국 Atlas SuperPoD는 슈퍼컴퓨팅의 소유 개념을 바꾸려 한다. 특정 국가나 거대 기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공유되는 자원으로 재구성하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기술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중국 내 AI 혁신 생태계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제는 인프라 생태계 구축이다 화웨이의 Atlas SuperPoD는 단순한 신제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중국식 AI 인프라 독립 선언이자, 동시에 글로벌 AI 경쟁의 무대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사건이다. 지금까지 경쟁은 “누가 더 빠른 칩을 만들었는가”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누가 더 크고 완결된 인프라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가”라는 차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론, 폐쇄적 생태계가 곧바로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화웨이가 이번 발표를 통해 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자립형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중국의 기술적 성취를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에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결국 이 동향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AI의 미래는 칩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CPU·GPU·NPU를 넘어, 메모리·네트워크·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시스템 차원에서 누가 더 완성도 높은 생태계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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