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사건은 국내에도 적지 않은 파장 미칠 전망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핵심은 아마존이 온라인 소비자보호법(ROSCA, Restore Online Shoppers’ Confidence Act)을 위반하며, 소비자 동의 없이 ‘프라임(Prime)’ 멤버십에 가입시키고 해지 과정은 의도적으로 어렵게 설계했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기업-정부 갈등이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의 구독경제 모델과 소비자 권익 보호 간 충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아마존 프라임은 현재 전 세계 2억 명 이상 유료 회원을 보유하며, 회사 매출과 고객 락인(lock-in)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번 소송에서 FTC는 아마존이 △소비자 동의 없는 자동 결제 △가입 절차와 해지 절차 간 불균형 △‘다크 패턴(dark pattern)’을 활용한 UI 설계 등 다수의 불공정 행위를 구조적으로 운영했다고 지적한다.
왜 문제가 되었나?
ROSCA는 2010년 제정된 법으로, 자동 결제(subscription) 기반 서비스 제공 시 △명확한 고지 △소비자의 사전 동의 △간편한 해지 절차를 의무화한다.
FTC의 공소장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 세 가지 의무를 모두 위반한 것으로 지적된다. 예컨대, 소비자가 단순히 무료 배송 옵션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프라임 무료 체험(Trial)’ 버튼이 눈에 띄게 배치되어 있었으며, 결제 단계에서 별도의 동의 절차 없이 자동 유료 전환이 이루어졌다.
반면 해지하려 할 때는 수차례 클릭과 설문을 거쳐야만 가능했으며, 일부 이용자는 아예 해지 경로를 찾지 못했다는 진술도 담겼다.
이러한 설계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다크 패턴’ 즉, 사용자의 인지적 편향을 이용해 기업이 원하는 선택을 유도하는 기법의 전형으로 꼽힌다. UI/UX 설계가 단순한 디자인 문제가 아니라 법적 규제와 충돌하는 영역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구독경제의 그림자
아마존 사례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구독형 플랫폼들은 자동 결제 시스템을 핵심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특히 ‘해지 장벽’을 높이는 방식은 업계 전반에서 암묵적으로 활용되는 전략이었다.
이번 FTC의 소송은 구독경제 전반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유럽연합(EU)도 2022년부터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소비자 권리 지침’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다크 패턴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자동결제 해지 절차 간소화를 의무화하며, 아마존 사건은 국내 기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향후 전망
만약 FTC가 승소한다면 아마존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과징금과 서비스 구조 조정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플랫폼 산업 전반에서 구독경제의 설계 원칙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기업들은 ‘락인’ 전략보다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지 않으면, 법적·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도 구독형 모델이 급격히 확산 중인 만큼, 이번 사건은 기업·정책당국·소비자 모두에게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해지 용이성·데이터 투명성까지 고려해야 하며, 기업은 장기적 신뢰 확보를 위해 UI/UX 설계 단계에서부터 규제 준수를 내재화해야 한다.
아마존과 FTC의 충돌은 ‘구독경제 시대’의 핵심 논쟁을 드러낸다.
"기업의 락인 전략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때, 규제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아마존의 사례는 하나의 기업 소송을 넘어, 글로벌 디지털 경제 질서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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